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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왜 통계청은 포크·줄자·계산기 들고 마늘밭 갔을까

[현장르포]왜 통계청은 포크·줄자·계산기 들고 마늘밭 갔을까
지난 21일 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마늘밭에서 열린 마늘생산량조사 시연회에서 이형일 통계청장이 마늘을 캐고 있다. 통계청

[창녕(경남)=최용준 기자] “오늘은 숫자를 잘 세는 게 제일 중요해요.” 지난 21일 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마늘밭(3078㎡)에서 정글모를 쓴 통계청 조사관들이 고랑을 걷자 참개구리가 펄쩍 뛰었다. 전날 내린 비로 두둑에는 장화 발자국이 났다.

올해 마늘 생산량 조사를 위해 조사관들은 각자 100m 줄자, 계산기, 폴대, 쇠 포크를 하나씩 챙겼다. 초록빛 마늘 줄기가 이리저리 휘청댔다.

마늘밭 주인 조덕종 이장(56)은 “마늘은 지금 수확해 20일 정도 건조한다. 7월부터 공판장에 출하하고 경매를 실시한다. 이제 곧 시중에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계청의 ‘2025년 마늘 생산량조사 시연회’가 열렸다. 조사 과정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 통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마늘 생산량조사는 식량수급 계획, 농산물 가격안정, 농업소득 추계 등 농업정책 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한다. 마늘은 파종시기가 매해 10월로 이달 수확을 앞두고 있다. 전국 마늘 밭을 모두 조사할 순 없으니 표본조사를 통해 전체 생산량을 계산한다.

송경희 통계청 창원 사무소장은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준 이랑을 선정하고 두 개 표본 구역을 선정을 한다”며 “표본 구역의 면적은 3㎡이다. 선정된 표본 구역 내에서 마늘 20개를 채취하고 그 다음 무게를 달아서 수량으로 환산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통계는 정책 자료로 활용된다. 식량가격 안정을 위해 통계가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시연회를 진행한 밭도 올해 마늘 표본 구역으로 선정된 539개 필지 중 하나였다. 통계청에서 내려온 난수표(숫자를 무질서하게 배열한 표)를 활용해 너른 마늘밭 중 두 곳을 A, B 표본 구역으로 정했다. 최대한 표본을 무작위로 선정하기 위해서다. 조사관들이 표본 구역을 표시하기 위해 100m 줄자를 들고 걸었다. 돌돌 말린 줄자가 검은 진흙 위로 흰 길을 냈다. 하늘색 폴대 4개로 표본 구역을 우물 정(井)자로 가두었다.

이날 이형일 통계청장도 밀짚모자 쓰고 마늘을 뽑았다. B 표본 구역에는 마늘 95개가 있었다. 이중 20개 마늘을 아무렇게 뽑는 게 아니다. 통계청 난수를 통해 몇 번째 마늘을 뽑을지가 정해졌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숫자를 센 마늘은 줄기를 옆으로 눕혔다. 아직 세지 않은 마늘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이 청장이 마늘 수확용 쇠 포크를 오른손에 들고 땅을 푹 찔렀다. 왼손으로 마늘 줄기 잡아당겼다. 뿌리에 흙이 달린 마늘에서 비온 뒤 땅 냄새와 마늘 냄새가 함께 훅 풍겼다.

이 청장은 “수확량 조사를 할 때 통계청 직원들이 일하기 싫어서 길에서 가까운 작물을 뽑는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며 “무작위 숫자에 따라 어떤 표본을 뽑을지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은 굉장히 애써서 표본을 추출하고 조사를 하고 있다. 농작물생산조사 등을 통해 농업생산의 토지자원 확보 및 이용, 식량생산 계획, 농산물가격안정 등 농업정책 수행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마늘을 뽑고 곧바로 저울에 달아 생산량을 가늠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형태에 가깝게 마늘을 다듬었다. 마늘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뿌리는 1㎝ 남기고 자르고, 줄기는 2㎝ 남겨 손질했다. 무게를 달아 기록한 뒤 건조율을 곱해 조사표를 작성했다. 수분이 들어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생산 조사가 다 끝나자 조사관 장화는 진흙 투성이였다. 콧등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20년 경력 한 통계청 조사관은 “오랫동안 농작물 생산량 조사를 했다.
결국 사람이 손과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기초적인 통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현장르포]왜 통계청은 포크·줄자·계산기 들고 마늘밭 갔을까
지난 21일 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마늘밭에서 열린 마늘생산량조사 시연회에서 통계청 조사관들이 표본 구역을 정하고 있다. 사진=최용준 기자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