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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구축함 좌초사고 관련자 줄줄이 숙청..김정은 '격노'

北, 구축함 좌초사고 관련자 줄줄이 숙청..김정은 '격노'
지난 3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청진조선소를 찾아 새 함정 건조를 시찰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수식 참관중 발생한 신형 구축함 좌초 사고와 관련된 책임자들이 대거 숙청되고 있다.

2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법 기관은 사고에 책임이 있는 청진조선소 기사장 강정철, 선체총조립직장 직장장 한경학, 행정부지배인 김용학을 구속했다.

통신은 사고 조사를 위해 결성된 사고 조사 그룹이 지난 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현재까지의 사업 정형을 보고했고, 추가로 확인된 함의 피해 상황은 없으며 현지 복구 추진조가 복구 계획을 일정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 원인과 그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을 조사 적발할 것"을 사고 조사 그룹에 지시했다.

이에 청진조선소 지배인 홍길호가 지난 22일 법 기관에 소환된 데 이어 그보다 직급이 낮은 이들이 줄줄이 구속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의 진수식을 청진조선소에서 개최했으나 진수 과정에서 배가 넘어져 일부가 물에 빠지고 선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축함 진수 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대차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부분의 진수썰매가 먼저 이탈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북한은 김 위원장 주변의 사고에 대한 대외 유출을 막아왔다. 하지만 폐쇄국가인 북한은 이번 사고를 이례적으로 감추지 않았다.

진수식 사고를 지켜본 김 위원장은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 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질타했다.

북한은 동해안 최대 선박 건조지인 청진 조선소에서 길이 약 143~144m, 5000t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구축함을 건조해왔다. 이 군함은 최근 남포 조선소에서 진수된 신형 구축함 '최현호'와 비슷한 크기와 외형으로, 수직발사장치(VLS) 등 현대적인 무장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현지 시찰한 이후, 청진 조선소와 항만 일대에서 대규모 부지 정리, 콘크리트·골재 포장, 진수로(선박 진수용 경사면) 주변 플랫폼 설치 등 기반시설 확장 공사가 본격화됐다. 건설여단이 사용하는 임시 막사가 다수 설치됐고, 부두 보강 및 홍수 방지 공사도 병행해왔다.

대북 전문가들은 청진에서 건조 중인 신형 구축함이 동해함대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해왔다. 북한이 이번 신형 구축함을 추가로 건조해 동·서해에 각각 2척씩 배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북한의 해군전략 강화에 당분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