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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중국인 범죄… 반중 넘어 '혐중' 확산 우려

전문가 "개별사례 일반화 경계"

탄핵 정국을 거치며 반중(反中)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국내 거주 중국인의 범죄 사건까지 이어지자, 중국인을 겨냥한 혐오성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를 특정 집단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중국 국적 차철남(57)을 긴급체포했다. 그는 지난 17일 시흥시 정왕동 소재 자기 집 등에서 2명을 둔기로 살해하고, 이틀 뒤 인근 편의점주와 집 건물주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19일 새벽 경기 화성시에선 시민들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인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가 공중협박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보다 하루 앞선 18일 오전에는 화성시 병점동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두른 50대 중국인 B씨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30)는 "동네에 외국인이 많아 평소엔 별생각 하지 않았는데, 최근 사건들을 접하고 나니 알게 모르게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심모씨(35)도 "외국인을 길에서 마주치면 괜히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런 개별 범죄가 특정 국가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탄핵 정국을 거치며 반중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반감이 혐오로 치닫는 모양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중국인은 모두 떠나라" 등의 혐오성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국내 거주 중국 동포들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 동포 C씨(43)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때마다 외부에서 중국 동포를 바라보는 나쁜 시선이 더 강해진다"며 "이상한 사람들 말고 어디선가 열심히 살고 있는 동포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 사례를 전체 외국인 집단에 대한 혐오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범죄자들이 나쁜 건 맞지만 그 개인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소속된 집단 전체를 동일시해 비난하는 건 옳지 못하다"며 "한국과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만큼 혐오나 근거 없는 낭설, 가짜뉴스 등이 확산될 경우 결국 양국 관계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혐오를 부추기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과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반중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다 보니 복합적으로 반중정서가 발생하고 있다"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혐오로 발전하는 건 합리적인 방향이 아니고,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 이주민들과의 문화적 이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동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김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