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로 64차례 부정 사용 지시…"비위 정도 무겁고 비난가능성 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공기업 직원이 국책과제 연구개발비 전용 법인카드를 대학 학부생에게 무단으로 약 2000만원을 쓰게 했다가 해고된 것은 적법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기술연구부 연구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3월 SH에 입사해 기술연구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해오다, 2018년 국토교통부 공모 개발 과제에 SH가 연구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해당 과제의 연구개발비 집행 등 실무를 전담했다.
공사는 2022년 7~8월경 A씨가 연구개발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내부 공익신고를 두 차례 접수하고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A씨는 국책과제 연구개발비 전용 법인카드를 공동 연구기관인 대학의 학부생 등 외부인에게 무단으로 제공하고, 카드의 일련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알려줘 학생들이 쇼핑몰 등에서 64차례에 걸쳐 총 2400여만원을 사용하도록 했다.
A씨는 이 지출을 본인이 사무용 소모품을 구매한 것처럼 회계 결의서를 작성해 처리했고, 학생들이 보내준 거래 내역이 실제 물품 구매와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범정부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에 그대로 업로드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지난 2023년 8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의 해고를 의결, 같은 해 9월 4일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구제를 신청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이를 기각했다.
A씨는 행정소송을 내며 타인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연구를 원활히 수행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이었고, 사적 이익을 취한 바는 없다'거나 '2021년 사장 표창을 받을 만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고는 과도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사의 취업규정 제6조에 따른 성실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 참가인의 인사규정이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A씨가 같은 사유로 업무상배임죄로 형사재판에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
또 징계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2020년 3월경부터 2022년 12월경까지 약 2년 9개월에 이르는 장기간 동안 64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비위행위를 지속했다"며 "내부 공익신고에 이어진 감사에서 비로소 원고의 비위행위가 적발됐고, 감사 결과 확인된 피해액이 2000만원을 상회한다는 점에서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으며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의 회사 내 경력, 직책, 내부 감사 당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사가 A씨를 계속 고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원고는 연구개발비 전용 법인카드를 공사 소속 연구원이 아닌 외부인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행위가 부당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했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비위행위를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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