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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정책, 주거·일자리와 연결…전담부처 없인 성공 못해" [저출생 정책 제언]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硏 원장
출산율 반등했지만 세계 최저수준
당장 성과 안보여 정치권도 외면
후순위로 미루면 미래세대가 위험
일·가정 양립하도록 인프라 손질
혼외자 등 다양한 가족 포용해야

"인구정책, 주거·일자리와 연결…전담부처 없인 성공 못해" [저출생 정책 제언]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사진=박범준 기자
"0.75명. 출산율이 반등했다고들 하지만, 아직은 안도할 수 없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더 강력한 인구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은 26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출산율이 반등했다는 착시가 정책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출산율 반등은 반가운 신호지만, 구조적 요인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주거·양육 등 근본적 문제 해결"

이 원장은 주거 불안정,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과도한 교육비 부담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출산율 상승은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 사례에서도 출산율이 일시적으로 오르면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됐다. 이 원장은 "최근 대선 국면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부차적 의제로 밀리고 있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구 문제는 단기 성과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우선순위를 낮게 잡는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국가의 미래, 곧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인구 문제를 경제·안보·복지 등 국정의 기반이자 전제조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인구정책을 뒤로 미루면 가까운 미래에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인구정책은 정치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될 수 있는 장기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모든 근로자가 일·가정 양립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유연화, 가족 돌봄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혼외자 차별을 없애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며 "가족의 정의를 넓히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구정책 '패스트무버' 돼야"

초고령 사회 대비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령 인구 비율은 20%를 넘었고, 2060년경에는 생산가능인구 1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할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고령화는 복지 확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노동시장 개편, 평생교육, 연금제도 개혁, 의료 및 돌봄 시스템 전면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고령층 고용률을 6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복지 대상이 아닌 경제 주체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우리 자녀, 청년 세대가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세수는 줄고, 복지 비용은 폭증한다. 미래 세대가 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게 된다"며 "지방은 소멸 위험에 직면하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도산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인프라 붕괴, 인구 불균형, 산업 기반 붕괴 등 도미노식 타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부처 설립 논의가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 원장은 "인구 문제는 주거·일자리·교육·복지 전 분야가 연결된 복합 문제인데, 정책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어 일관성이 떨어지고 효과도 분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리더십이 강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장기 계획을 끌고 갈 수 있다"며 "전담 부처가 없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우리 스스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처럼 베이비부머 세대가 동시에 고령화되는 나라는 없다. 이 충격은 전례 없는 규모"라며 "한국이 성공적인 인구정책 모델을 만든다면,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대한민국이 새로운 인구 거버넌스를 설계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