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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체시장’으로 떠오른 동남아… 리창·마크롱도 적극 구애

중국산 제품, 관세 피해 동남아로
인니로의 수출 작년보다 37% 늘어
태국·베트남 등 인근 수출도 확대
마크롱, 동남아 돌며 "파트너" 강조

‘美 대체시장’으로 떠오른 동남아… 리창·마크롱도 적극 구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운데)가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대체 시장'으로서 동남아시아의 비중과 중요성이 더 커졌다. '트럼프의 관세 장벽' 속에서 중국의 동남아 지역에 대한 무역 규모가 최근 더 가파르게 늘고, 정상 외교 등을 통한 전방위 협력에도 속도가 붙었다. 공급망과 시장 다각화을 모색 중인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으로 적극적인 구애 행보에 뛰어들면서, 몸값 올라간 아세안의 위상을 보여줬다.

■4월 중국의 아세안 수출 21% 증가

26일 중국 세관 총서 등에 따르면, 4월 중국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나 늘었다. 3월 12% 증가 보다 두 배 가까이 된다. 중국산 제품들이 트럼프 관세 장벽을 피해 동남아로 방향을 틀며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우선 중국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8%가 늘었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육상·해상 무역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고리이자, 주요 협력국이다. 태국 27.9%, 베트남 22.5%, 말레이시아 14.9%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 대한 수출도 크게 신장됐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이 21% 감소한 사이, 아세안이 미국 대체 시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의 여타 주요국과 교역도 인도 21.7% 감소, 호주 5.8% 증가 등 상황에서 아세안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대체 시장으로서 아세안의 비중 증가는 제1차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전쟁을 거치면서 중국 당국이 우회 수출을 위해 동남아에 공급망을 집중적으로 이전하는 등 대비해 온 것이 큰 배경이 됐다. 이로 인해 원부자재 및 기계류 수출이 크게 늘 수 있는 구조가 됐다.

■中공급망 이전으로 동남아 교역 확대

베트남의 경우, 4월 한 달 중국산 전기제품 및 부품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4% 늘었고, 기계 수입은 44% 증가했다. 말레이시아는 개인용 컴퓨터, 태국은 스마트폰 수입이 30% 가량 늘었다. 인도네시아의 중국산 전기자동차(EV) 수입도 4배 가량인 7400여대로 증가했고, 신차 판매 점유 비율도 14%로 높아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 "중국의 대미 수출이 쪼그라들면서 저가의 '디플레이션 수출' 경향이 동남아 등에서 더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리창 총리는 25일 인도네시아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무역, 투자, 보건, 농산물 수출입 등에서 12건의 협정·협약을 체결했다. AP통신 등은 26일 "두 나라 중앙은행이 통화 결제 시스템을 위한 협력 업무협약(MOU)에 서명했다"면서 "두 정상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의 발전 의지를 재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중국-인니, 포괄적 전략동반자 시동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교역국으로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인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등 인프라와 니켈 등 원자재 산업의 주요 투자국이다.

리 총리는 26일 제46회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이어 27일에는 중국과 아세안 및 중동 주요국 지도자들이 모이는 중국·아세안·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한다. 중국은 경협과 기술협력 등을 내세우며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공동 대응과 경제 협력을 통한 연대를 도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리 총리의 이번 방문은 지난달 14~18일까지 진행된 시진핑 국가 주석의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에 이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 동남아 중시 외교

한편 동남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다. 28일 인도네시아 방문에 이어, 30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회의)에 참석해 연설한다. 유럽 정상이 이 회의에서 연설하기는 처음이다. 동남아 중시 외교의 색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 도착 직후 소셜미디어에 "국방, 혁신, 에너지 전환, 문화 교류 등 주요 분야에서 유대 강화를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대화와 협력을 믿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하면서 동남아를 둘러싼 미중 격전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국가'로서의 입지 부각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미중 사이에 끼인 동남아 국가들의 주권 존중을 강조하며 어필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