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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伊헬스케어 펀드 사태 잊었나

[테헤란로] 伊헬스케어 펀드 사태 잊었나
김경아 증권부 부장
"금융당국의 졸속 정책에 제2의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사태가 우려된다."

최근 만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근래 추진 중인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진입 활성화를 위한 국내 자회사의 펀드 중개업 허용 계획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실제 지난 4월 금융위원장이 뉴욕 블랙스톤을 방문해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 면담하며 글로벌 운용사들의 한국 진입 활성화를 언급하자 자본시장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 업계의 반발과 반대 의견에도 당국이 아랑곳하지 않은 채 6월 말까지 관련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사실상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당국이 현재 추진 중인 방안에 따르면 국내에 새로 진출하는 운용사들의 국내 자회사에 펀드 중개업을 허용할 경우 역외펀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상품 복잡성으로 '투자자 보호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동부운용 등 당시 7개 운용사가 시중은행을 통해 1500억원 규모로 판매한 재간접 사모펀드로 이탈리아의 보건의료기관의 매출채권에 투자했으나 투자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가 부족해 결국 투자손실로 이어졌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괸계자는 "역외펀드의 제조사인 글로벌 운용사들은 현지에서 국내 법령 대비 다소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향후 이 같은 상품 복잡성으로 인한 불완전 투자 분쟁 시 법상 책임소재 판별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국내 소재 글로벌 운용사들이 인적 자원 유지비용이 높은 집합투자업 인가를 반납하고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펀드 판매법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가뜩이나 ETF로 위주로 펀드 시장이 재편되면서 국내 공모펀드 영업 악화로 2012년부터 골드만삭스운용, JP모건운용, 맥쿼리투신, 프랭클린템플턴, 블랙록, 라자드 코리아운용 등이 자산운용사업이나 공모펀드 사업을 줄줄이 철수했다.

특히 그간 정부가 20여년 동안 야심차게 추진한 글로벌 금융 중심지 정책과는 반대되는 행보에 외국계 운용사들의 철수 가속화와 국내 운용업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국내 공모펀드 산업의 제도적 보완과 시장 활성화가 우선된 이후 외국계 운용사들의 빗장을 열어줘도 늦지 않다. 민심은 천심이다.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규제완화는 제2의 불완전 판매와 외국계 운용사들의 철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 올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kakim@fnnews.com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