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기 늘린다면 한국기업 참여 가능
차기 정부 탈원전 전철 밟지 말아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원자력 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늘린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원전 신규 인허가를 18개월 안에 처리하라는 행정명령 4건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 후 46년 동안 원전에 직접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다.
현재 원전 94기를 가동 중인 미국이 원전 용량을 4배로 늘리려면 새 발전소를 300기가량 더 지어야 한다. 미국은 원전 종주국으로 우리처럼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건설과 운영 기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많은 발전소를 미국 자체의 역량으로 지을 수 있지만, 이만 한 규모를 단기간에 건설하려면 원전 강국인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미국이 원전을 다시 에너지 확보의 중심에 두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등의 발전으로 전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탄소중립과 발전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원전 외에는 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탈원전 정책을 폈다가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나 대만과 같다.
원전 시공 능력과 운영 경험을 모두 갖춘 우리는 원전 산업에서 다시 오지 않을 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원전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거대 산업이면서도 기술을 가진 국가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으로 숫자가 많지 않다. 미국의 관세부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부를 확보할 새로운 산업으로 원전을 더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는 벗어났지만 원전 산업은 아직도 규제와 정치적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도 이제야 첫발을 뗄 정도로 탈원전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8년 만에 건설허가를 받았고,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들의 가동 연장도 시기를 놓쳤거나 규제에 묶여 불가능해졌다. 세계 각국이 규제를 풀고 원전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문제는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원전 정책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또다시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 실패한 탈원전의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원전이 탄소중립적이며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며 주요 국가들이 폐기하고 있는 탈원전의 전철을 다시 밟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원전은 첨단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핵심 에너지원이자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다.
다른 국가들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우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원전은 한번 놓치고 나면 회복하는 데 몇배의 시간이 걸린다. 새 정부가 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원하기는커녕 도리어 발전을 방해한다면 국가적 자해행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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