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고모집서 자라다 실종된 최씨
경찰 전담팀 나서 끈질긴 추적 이어와
전국 무연고자 DNA 뒤진 끝에 찾아내
발전된 수사기술과 수사관 노력 덕택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 연합뉴스
부모에게 버림받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40대 남성이 36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장기실종사건을 전담하는 수사팀의 성과다.
최모씨(45)가 실종된 건 초등학교 3학년이던 1989년 5월이다. 최씨의 어머니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지면서 둘째 고모에게 최씨를 맡겼다. 고모는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아이를 꾸짖으며 키웠지만 최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고모는 실종 직후 서울 강동경찰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이 소식을 듣지 못하면서 최씨가 친엄마를 찾아 떠났다고 생각하고 세월을 보냈다.
최씨가 어머니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2022년 7월이다. 고모는 최씨의 소식이 궁금해 수소문한 끝에 33년 만에 올케를 다시 만났다. 고모와 최씨 어머니는 서로가 최씨를 잘 키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씨는 어디에도 없었다. 고모는 올케와 상봉한 직후 최씨가 실종됐다고 서울 강서경찰서에 다시 신고했다.
최씨 실종 사건은 지난해 2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장기실종수사전담팀으로 이송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우선 최씨가 다니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열람해 이름과 생년월일, 사진 등을 확인했다. 최씨가 무연고자일 가능성을 고려해 전국의 보호시설 52곳의 무연고자 309명의 유전자(DNA)를 채취한 뒤 나이, 성별, 실종 시기 등을 검색해 39명을 추렸다. 경찰 실종 프로그램상 프로파일링(범죄 분석) 검색 기능을 활용했다.
이후에는 각 시설의 아동카드에 기재된 실종 경위 등을 일일이 대조해 최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없다는 내용이 결정적이었지만 생일이 달랐다. 경찰은 고모에게 부산 소재 시설에서 작성한 아동카드 사진을 보내 '최씨가 맞다'는 답을 받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경찰은 최종 확인을 위해 호적을 검색하고 1980년 출생한 동명의 95명을 특정했다. 이들 중 1995년에 성과 본을 새로 만드는 '성본창설'을 한 사람을 발견했다. 이 사람도 생일이 달랐다. 이후 DNA를 검사해 최씨가 실종자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최씨는 DNA 확인 후에도 상봉을 주저했지만 경찰이 설득한 끝에 가족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장기실종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던 계기는 전담수사팀이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 내 실종팀은 장기 사건을 다룰 여력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반면 각 시도청에 있는 전담팀은 끈질긴 수사가 용이하다. 전담팀은 전국의 무연고 시설 등에 주기적으로 공문을 보내 무연고자들의 DNA를 채취하고 실종신고자와 대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DNA 기술이 발전하는 동시에 수사관들의 노력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