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직자 국민추천제' 공약
尹정부도 미국식 인사검증 추진
여소야대 한계에 정쟁수단 그쳐
국회와 긴밀한 소통이 가장 중요
"공정한 사전투표를 위해"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을 사흘 앞둔 26일 서울 중랑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사전투표관리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는 참모진이 다 알 수가 없어 집단지성이 유용하고 이를 모으겠다는 게 국민추천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직자 국민추천제'를 공약하면서 덧붙인 부연설명이다. 매 정권에서 반복된 인사 참사, 회전문 인사, 밀실 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통령비서실의 '밀실 논의'에서 벗어나 온 국민으로부터 추천과 검증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26일 이 후보 선대위에 따르면 해당 구상은 아직 구체화되기 전이고, 집권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 때문에 첫 조각 과정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공개 인사검증이라는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살펴봤다. 비슷한 시도를 하려 했던 윤석열 정부,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이 후보의 국민추천제와 유사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법무부와 사정기관들의 인사검증 내용을 개괄적으로 공개해 대중의 집단지성에 의한 검증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식 인사검증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철저한 사전검증, 의회와의 사전소통, 필요한 경우 인사청문회 전 명단 공개 등이 골자다.
미국 백악관은 고위공직자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은 물론 상원 공직자윤리위원회와도 협력해 사전검증을 실시한다. 거짓으로 답할 경우 최대 5년 징역형을 받는 사전질문서에, 이웃집까지 포함한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는 탐문조사 위주로 2~3개월 동안 진행된다.
미국 대통령은 사전검증을 통과한 후보자를 두고 상원 공직자윤리위와 면담을 거쳐 지명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상원이 요구하면 사전검증자료도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여야 합의하에 사전검증 통과자 명단을 공개해 시민의 제보를 받기도 한다.
그 결과 미국 상원의 장관 인준동의안 부결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정권마다 십수명이 낙마하거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는 우리나라와 확연히 대비된다. 윤석열 정부가 적극 벤치마킹에 나섰던 이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결국 인사검증 주체를 기존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신설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 넘기는 데에 그쳤다. 걸림돌은 대통령과 야당의 녹록지 않은 관계였다.
먼저 여소야대 상황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의석수 차이뿐 아니라 여야 갈등이 첨예하다 보니 미국식 인사검증의 가장 큰 전제인 의회와의 유기적 소통이 불가능했다.
윤석열 정부와 달리 이 후보는 당선된다면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이 뒷받침하는 대통령이 된다. 그 덕에 이 후보가 제시한 공직자 추천과 검증 익명 제보를 받는 전담기관을 설립하는 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야당과의 관계이다. 역대 정부들이 예외 없이 인사 참사를 겪었던 이유는 단순히 인사검증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야당이 적극적으로 정쟁수단으로 삼은 탓이 더 크다.
미국식 인사검증의 낙마율이 2%밖에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FBI 동원보다는 후보자 지명 전부터 이어지는 의회와의 긴밀한 소통이라는 평가가 많다.
인준동의서 채택을 결정하는 건 결국 상원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후보의 공직자 국민추천제 실현을 위한 최대 과제는 국민의힘과의 협치로 예상된다. 정쟁을 키우는 건 의석수와 관계없이 여야정 갈등 정도에 달려 있어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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