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 빅테크, 이달 실적 발표에서 美 반도체 수출 제한 언급
최첨단 AI 반도체 없어도 소프트웨어 최적화 및 中 반도체로 개발
수출 제재로 中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
조만간 '중국 제조 2025' 대체할 차세대 제조업 계획 나올 듯
지난달 1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제137회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칸톤 페어)에서 바이어들이 인공지능(A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로 인공지능(AI) 개발 및 구동에 어려움을 겪을 줄 알았던 중국 IT 대기업(빅테크)들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AI 개발을 이어간다는 주장이 나왔다. 빅테크들은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부분을 개선하고, 미국산을 대체할 중국산 반도체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6일(현지시간) 텐센트와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빅테크들의 AI 개발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가우라브 굽타 반도체 분석가는 중국 기업들이 제재 이전에 반도체를 비축했으며, 중국 반도체 기술이 비록 미국에 못 미치지만 최근 기술적 진전이 있다고 진단했다. 굽타는 “중국은 소재부터 제조까지 반도체와 관련된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부터 자체적인 AI 모델 ‘훈위안’을 개발하고 있는 텐센트의 류츠핑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1·4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개발을 위한 반도체 재고가 “상당히 견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AI 개발을 위해 더 많은 반도체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텐센트는 더 적은 숫자로 AI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츠핑은 텐센트가 소프트웨어 최적화, AI 모델 소형화, 중국에서 만든 맞춤형 반도체 활용 등으로 AI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무차별적으로 반도체를 사 모으는 것 보다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2년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이 중국에 고성능 AI 관련 반도체 수출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저사양 반도체(H20)를 따로 만들어 수출했다. 올해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이러한 중국형 반도체 수출도 규제하기로 했다.
AI 모델 ‘어니’ 시리즈를 개발하는 바이두도 21일 1·4분기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바이두의 도우 쉔 AI 클라우드 사업부 사장은 바이두가 고객에게 AI 구동을 위한 물리적인 데이터 센터, AI 교육, 검색, 클라우드 컴퓨팅 등 AI 관련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풀스택(full-stack)’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생태계에서는 “우리는 풀스택 체계를 활용해 최첨단 반도체가 없어도 고객에게 강력한 기능과 유의미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중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은 중국 AI 생태계 혁신에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중국산 반도체로 미국 수출 규제 피해를 경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AI 개발 및 구동용 반도체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이 닫히면서 긴장하고 있다. 이달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AI 반도체 시장에서 수입산 비중이 지난해 63%에서 올해 42%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중국산 AI 반도체 점유율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국산화 정책에 힘입어 약 40%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25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새로운 제품 설계가 확정되기 전까지 중국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24일 보도에서 엔비디아가 수출 제한에 걸린 H20 보다 저렴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중국용 반도체를 다시 개발해 이르면 6월부터 생산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트너의 굽타는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라는) 목표에 놀라울 정도로 일관적인 야망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들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 미국 매체들은 중국이 2015~2025년까지 시행한 제조업 부흥 계획인 ‘중국제조 2025(메이드 인 차이나 2025)’의 후속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새 계획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제조 장비를 포함한 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 3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촬영된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 'GB10'.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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