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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대신 디지털뱅크, 제주은행의 도전[지방은행 新 생존전략 上]

내년부터 비대면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시장 선점
더존비즈온과 제4인뱅 대신 제주은행 살리고 포용금융도 해결
신한금융의 전략적 결정

인뱅대신 디지털뱅크, 제주은행의 도전[지방은행 新 생존전략 上]
제주은행 전경 사진. 신한금융지주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은행이 '전국 디지털 은행'으로 도약한다. 더존비즈온과 손잡고 전국에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대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더존비즈온은 제4인터넷전문은행 대신, 제주은행의 2대 주주로 공동 사업에 나선다. 더존비즈온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은행장 당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전사적자원관리(ERP) 1위 기업이다.

제주은행은 300만에 이르는 더존비즈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회원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들을 위한 기업대출 상품을 공급해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제주은행의 디지털 은행 도전은 그룹 차원의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성공시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제주은행은 '디지털 은행으로 벌어 들인 수익을 제주 지역에 재투자한다'는 포용금융 계획을 선제적으로 밝히는 등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상생금융'을 앞장서 실천한다는 포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주은행은 오는 2027년 '소상공인·중소기업(SOHO) 특화은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비대면 소상공인 대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시중은행과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제4인터넷전문은행까지 비대면 소상공인 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2~3년 앞서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제주은행 고위 관계자는 "제주은행의 비전은 소상공인 특화은행으로 시장을 미리 선점하는 것"이라면서 "제주를 넘어 전국구 디지털 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은행은 비대면 SOHO 대출 시장 선점을 위해 '서브뱅크' 전략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소상공인·소상공인법인 약 230만곳과 중소기업 약 70만곳의 자금흐름을 분석해 이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대출상품을 제안함으로써 서브뱅크로 입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주거래은행을 노리는 방안이다.

별도의 서류를 준비할 필요 없이 비대면 채널로 거래하면서 기업대출 승인 속도도 빨라진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데이터를 은행에 접목하면 실시간 자금흐름과 거래정보를 볼 수 있다"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단기자금을 제공하는 등 먼저 서브뱅크 역할을 하고, 향후에는 주거래은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은행이 은행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은행 인가를 받는 과정 없이 디지털 은행 전환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제주은행 내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1·4분기 안에 맞춤형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디지털 은행으로서 신규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그 전까지 소상공인 및 소상공인 법인,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비대면 여신심사모형과 대출상품을 개발하고, 디지털 은행으로 가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과 연동 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30여명으로 구성된 TF에는 신한금융지주의 직원이 파견돼 있다. 제주은행의 디지털 은행 전환이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정인 만큼 지주가 직접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복수의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제4인터넷은행 도전과 제주은행의 디지털뱅크 전환이 플랜A와 플랜B라고 봤을 때 어느 옵션이 신한금융에 더 나은 선택인 지, 제주은행을 무엇으로 차별해서 살릴 수 있을 지를 놓고 종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은행은 디지털 은행 전환과 '투트랙'으로 제주도민을 위한 대면 영업은 지속할 방침이다. 제주은행은 그간 자금 공급에서 소외된 지방·중저신용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전국구 디지털 은행으로 도약해 확보한 수익을 제주 지역 금융 활성화에 재투자하는 '혁신 속 포용금융'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제주은행 고위 관계자는 "포용금융은 지방은행인 제주은행이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