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서 3자간 정상회의
지역 협력 키워 외교 다각화 전략
미국 뺀 ‘새 세계무역질서’ 겨냥
"미국-아세안 정상회담 하자"
안와르 총리, 트럼프에 요청서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2차 아세안-걸프 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손을 맞잡고 단결을 과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그리고 중동의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 간 무역 촉진 등 경제 협력 강화와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대한 공동 대응을 도출해 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10개 아세안 회원국 등 이들 17개 국가들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3자간 경제정상회의를 열고 이 같이 합의했다. 미국의 자국중심주의와 국제무역질서의 혼란 속에서 지역 협력을 확대하면서 외교 및 경협 다각화 전략에 속도를 낸 것이다.
■참여국들 다각화 전략에 속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다자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냈다.
이번 회담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이 주도적으로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이 포함된 걸프지역 GCC 회원국가들에, 중국까지 포함시켜 대오를 넓혔다. 제2차 아세안-GCC 정상회의에 중국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역 협력의 폭을 넓히고, 상호 보완적인 경제협력의 틀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세안의 외연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아세안과 GCC간의 정상회담은 2023년에 이어 2번째고, 중국의 참여는 처음이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과 일방주의에 맞서 역내 무역 등 경협 활성화, 공동 대응 등을 목표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상호보완적인 경제 구조를 활용, 다각적인 경제 협력 틀을 구축해 지역 공동체 협력을 격상시켜 나가겠다는 뜻도 담았다.
■안와르 총리 "파트너십 재구축 목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GCC 국가 및 중국의 참여에 의의를 두면서, "다극화하는 현실 속에서 파트너십의 재구축을 목표로 했다"면서 "이번 회담이 글로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와르 총리는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 강화 등을 통해 미국과의 등거리 외교를 강화해 왔다.
아세안은 GCC 및 중국과의 무역 총액 2024년 기준으로 9439억달러(약1295조4083억원)로 아세안과 미국의 교역액 4727억달러(648조7335억원)의 약 2배 규모다. 2017년 이후 아세안과 이 두 파트너와의 무역액 증가 폭도 미국의 두 배 가까이 달하는 등 협력 속도도 높여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이들 3자가 미국을 제외한 새로운 세계질서를 협의했다"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뺀 경협 공동체의 구축을 겨냥했다. 상호 보완적인 경제 공동체를 확대시켜 미국에 기대지 않는 경제 번영을 지속시켜 나가겠다는 장기적인 포석도 깔고 있다.
■21억 5000만명 인구의 초대형 시장
아세안과 GCC, 중국은 국내총생산(GDP)기준으로 세계 전체의 20%, 인구도 대략 21억 5000만명의 초대형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과 걸프지역 국가들을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 속에서 수출을 늘릴 대체 시장이자 투자자로서 기대하고 있다.
무역 다각화를 서둘러 온 중국도 자유무역의 옹호자로서 연출하면서 미국의 관세 폭탄에 상처 입은 아세안의 품을 파고들 호기로 여기며 공을 들여 왔다. 지난 4월 14~18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방문에 이어 한 달 여 만에 2인자인 리창 총리가 다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면서 아세안에 대한 중시입장을 부각시켰다.
사우디 등 GCC 국가들로서는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관심이 낮아진 가운데 미래의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경제 외교관계의 다변화 전략 속에서 아세안 및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시도했다.
이날 3자 회의에 앞서 아세안과 GCC는 별도 정상회의를 가졌다. 양측 자유무역협정(FTA) 협의와 함께 중동 현황 등도 협의했다고 AFP 등이 전했다.
한편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은 26일부터 양일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6회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회원국들의 단일 대오로 공동 대응하는 방안 등을 합의했다.
AFP통신 등은 아세안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총리는 관세 문제 협의를 위해 미국·아세안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하는 요청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2045년까지의 장기 목표 '비전 2045'를 도출하고 세계 4위의 경제체, 통합된 하나의 시장과 제조 거점 등의 목표도 세웠다. 또 "규칙에 근거하는 다자 체제와 국제법의 준수를 통한 국제 평화 및 안전 보장에 공헌한다"는 내용 등도 천명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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