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교사 토크콘서트
'수업 혁신' 베테랑 선생님 8명
교실 현장의 보람·좌절 극복기
5년차 이하 후배 교사들에 조언
"아이들 눈빛 보면서 정신 번쩍"
정근식 교육감도 교육철학 나눠
"뒤처지는 학생도 칭찬해 주세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왼쪽 두번째)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수업 성장 토크 콘서트 수업식탁'에 참여해 안혜정 발산초 교사(왼쪽 첫번째), 박혜옥 신흥초 교사, 임항섭 온곡초 교사와 함께 저연차 교사들에게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4학년을 맡았을 때 80분간의 연구 대회 수업을 했어요. 저는 그때 어떻게 하면 화려하게 보일까, 심사위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보일 수 있을까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긴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아이도 '선생님 그만해요,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죠. 제가 만든 수업을 아이들한테 가르친다고만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그 수업에서 본인들이 주인공이라는 책임의식을 갖고 끝까지 완성했어요. 재미있는 수업, 아이들 눈이 반짝이는 수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물어보세요."
-안혜정 서울 발산초 교사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 30대 전후 젊은 초등교사 100여명이 모여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임용된 교사부터 5년 이하 저연차 교사를 위한 '수업 성장 토크 콘서트 수업식탁'을 개최했다. 지난해 '올해의 수업 혁신 교사상' 수상자 8명이 나서 수업 성공과 실패 경험, 좌절 극복기를 공유하며 젊은 교사들과 소통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들의 교육 활동 보호와 수업 전문가 성장을 지원하고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최창수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27일 "교권 보호는 수업에서 시작한다"며 "수업 전문가가 되는 것은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업식탁'이 요리처럼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되며, 아이들이 몰입하는 눈에서 교직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선생님들의 솔직 고백
토크 콘서트에서 오보람 영화초 교사가 '폭삭 망했수다'로, 김장철 구의초 교사가 '폭삭 흥했수다'로, 오연주 서초초 교사가 '폭삭 속았수다'라는 제목으로 경험담을 나눴다.
오보람 교사는 교직 18년 차에도 '망한 수업'이 많았음을 고백하며, 학생 소통 어려움을 계기로 AI 등 디지털 교육 시도를 통해 학생 참여를 이끌어낸 경험을 소개했다. 오 교사는 "계획대로 안 돼도 '시도 그 자체'가 중요하다"며 "실패가 단단한 '매집'을 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우연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계획된 우연 이론'을 언급하며 열린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장철 교사는 팬데믹 시기 시작한 일본 학교와의 국제 공동 수업 경험을 공유했다. 사회 과목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시도였으며, 교사-교사, 학생-학생, 교사-학생 간 3단계 협력 교육이 핵심임을 역설했다. 한과 만들기 실시간 수업, 패들렛 활용 탐구, 메타버스 생태 전환 교육 사례를 들며 디지털 도구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긍정적 반응과 성장에서 보람을 느꼈으며,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장 먼 거리라는 속담을 인용해 아는 것을 '실천'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연주 교사는 교사로서 '계단형' 성장을 이야기하며 교생 실습, 임상 장학, 연구 교사 활동 등 세 번의 특별한 순간을 공유했다. 오 교사는 "수업 성찰과 날카로운 피드백을 통해 배우고, 연구 활동으로 교육계 전반에 눈을 뜨며 꾸준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조사에서 교사의 '열정'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며 진심이 통한다는 것을 깨닫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교실에서 열정을 다하는 교사가 진정한 '수업 혁신 교사'임을 역설했다.
■정근식, 교사의 무게와 칭찬 강조
행사 후반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대학교수 시절 수업 방식과 교육 가치관을 나누며 젊은 교사들과 소통했다. 정 교육감은 교육에서 '칭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모든 학생에게, 특히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칭찬이 필요하다"며 "혼내는 것이 1이라면 칭찬은 99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칭찬은 학생 동기 부여에 강력하며, 요즘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에게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학교수 시절을 떠올리며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발로 뛰며 탐구하는 수업을 선호했다"며 "공부는 머리로만 하면 잊지만, 발로 뛰면 잊히지 않는다"고 철학을 공유했다.
나아가 가르치는 일의 '무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사의 영향이 학생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기에, 때로는 학생들이 너무 교사의 말대로만 따를 때 그 삶의 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좋은 선생님일수록 이런 책임감 때문에 스스로와 싸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을 많이 칭찬하고, 너무 심각한 학생에게는 가볍게 조언하는 등 균형을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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