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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남았다… 멀어지는 단일화, 굳어지는 3자 대결 구도 [6·3 대선]

이준석 "단일화 없다" 완주 거듭 천명
金과 보수후보 주도권 경쟁 구도 형성
국힘, 金 자강론으로 지지층 결속 주력
민주, 대세론에도 반명 정서 결집 경계

국민의힘으로부터 끊임없이 단일화 러브콜을 받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 시한을 하루 앞둔 27일 완주 의사를 거듭 천명했다. 이로써 범보수 진영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독주를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막판 대역전극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내세웠던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양상이다.

6·3 대선이 3자 구도로 치러지는 게 확실시된 가운데 국민의힘 측은 '이찍명(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는 전략으로 중도층의 사표 방지 심리를 최대한 자극하는 쪽으로 막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화는 없다'를 거듭 천명한 이준석 후보는 완주 의사를 밝히면서 막판까지 김 후보와의 차별성을 적극 부각시키면서 '이찍석(이준석을 찍으면 이준석이 된다' 전략으로 맞대응하면서 보수 후보 간 치열한 주도권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김문수 후보를 선택할 그 어떤 명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국민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위한 결단을 내려달라"며 "김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의원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는 김문수 후보를 정조준해 "단일화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후보"라며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 대표를 지냈으며,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있던 분을 후보로 내세웠으니 이건 기본적으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국민의힘과 김 후보를 싸잡아 질타했다.

이어 "이준석만이 이재명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한 뒤 "20, 30세대에서 시작한 이 혁명의 바람은 놀라운 속도로 전 세대로 확장되고 있다. 이준석이 만들 나라와 이재명이 망칠 나라의 차이는 분명하다. 이준석에게 압도적 지지를 몰아달라.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가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김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완주를 통해 개혁보수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전투표를 불과 이틀 앞둔 상황에서 단일화 이슈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오히려 독주 의사를 재천명해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 청년층에게 '젊은 개혁보수 후보'임을 부각시켜 김 후보 지지층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적 승부수로 관측된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를 막판 대역전극을 실현하기 위한 승부수로 여겼던 국민의힘은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일단 3자 구도를 인정하면서 '김문수 자강론'을 앞세워 최대 승부처인 중도층 끌어안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삼자 대결구도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문수 후보는 중도 확장을 최대화하고, 이준석 후보는 진보 개혁 성향의 유권자 지지를 최대화해 이재명 총통체제의 등장을 함께 막아내자고 당부했다. 이는 기존 여당의 유일한 대선 후보가 김 후보인 만큼 전통적인 지지층 결속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이준석 후보 지지층과 부동층을 겨냥해 '사표 방지 심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의 1차 선거 연대에 이어 이준석 후보와의 2차 단일화를 극적으로 이뤄내는 '대역전의 전략적 로드맵' 실현이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여전히 반(反)이재명 연대가 갖는 응집력의 유효기간을 투표일까지 최대한 늘리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당 관계자는 "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는 사표 방지 심리가 중도층은 물론이고 개혁신당 지지층에도 형성돼 있다고 본다"며 "독재국가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결국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로 한데 뭉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식적 단일화 없이도 유권자 사표방지심리상 사실상의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란 '이준석 지지표 사표론'과 함께 삼자 구도상으로도 김 후보가 유리하다는 '자강론'까지 꺼내들었다. 다만 단일화 시한인 28일까지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놓겠다는 여지도 남겼다.


그동안 이재명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민주당은 일단 단일화 불발 가능성이 높아지자 안도하면서도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세론은 유효하다는 판단이지만 막판까지 반이재명 결집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투표율 변수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인식도 함께하고 있다. 천준호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여론조사상 우세하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며 "진보층 이완을 막고 실제 투표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성석우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