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000만원 손해배상 요구
獨본사·수입·딜러사 "추상적 주장"
전소된 전기차를 감식하는 모습. 뉴스1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벤츠 전기차 차주들이 벤츠 본사를 상대로 낸 집단 소송이 시작됐다. 차주 측은 광고와 다른 배터리를 사용한 점이 '허위광고'라고 지적했고, 벤츠 측은 "내용이 추상적이고 막연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4단독 서형주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벤츠 EQE·EQS 전기차를 보유한 차주 24명이 제조사인 벤츠 독일 본사, 수입사 벤츠코리아, 공식 판매대리점인 한성자동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원고들은 각 1인당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청라 화재'로 피해를 본 차주는 아니다.
차주 측을 대리하는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해당 차량에는 중국산 패러시스 배터리가 들어갔는데 이를 은폐하고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 배터리가 들어갔다고 하는 것은 민법상 기망, 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불에 강한 난연 물질 등을 제작된 다른 회사 배터리와 달리 패러리스사의 제품을 사용한 것은 기망의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화재 우려와 관련된 질문에 스타진스키 벤츠 부사장이 배터리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답변한 점은 파라시스 배터리에 결함들이 있기 때문에 허위광고"라며 손해배상과 함께 매매·리스계약 취소도 청구했다.
구체적인 핵심 결함으로는 △2개 셀에서 열전이가 멈추는 설계 미탑재 △난연재 미사용 및 구획화 미비 △화재 5분 전 경고 시스템 부재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주차중 작동하지 않는 결함 △배터리 하부 보호판 결여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벤츠가 결함을 알고 있었거나 인천 주차장 화재를 계기로 알게 됐음에도 '차량 리콜'을 실시하지 않아 결함을 은폐했다고 보고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각 배터리팩 교체 비용인 7000만원의 5배인 3억5000만원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내용이 추상적이고 막연한 주장이고,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5분 전 경고' 기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없는 기준이기도 하고, 이 차가 출시될 때는 없던 것이라 적용이 될 수 있을지 납득이 안 간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 "피고별로 어떤 내용을 청구하는지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매매·리스계약 취소, 표시광고법 위반, 징벌적 손해배상 등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어 개별 피고에게 어떤 책임을 묻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원고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현황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당시 화재를 수사한 경찰기동대의 화재 원인 관련 수사 기록을 요청하는 문서송부촉탁도 함께 신청했으며,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추후 변론기일에 감정 신청과 증인 신청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7월 22일로 지정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EQE350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 셀이 손상되며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발표했고, 이후 차주들은 잇따라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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