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구제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
보상·배상금 노리는 부작용 늘고
일부 법조계 소송 유도 지적도
16건 소송에 4146억 청구했지만
실제 인정 배상액은 334억 그쳐
게티이미지뱅크
집단소송이 한국 사회에서 권리구제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 투자자, 시민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기업과 공공기관에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제도적으로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민사소송, 형사고발, 청구인 모집 등 다양한 형태로 집단소송이 이뤄진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질적 피해가 불분명한데도 여론에 편승해 보상·배상금을 노리는 사례가 늘고, 일부 법조계가 수임료나 홍보 효과를 노리고 소송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이 입는 부담 역시 상당하다. 소송에 휘말리면 수년간 법적 대응에 몰두해야 하고, 경영 정상화는 어려워진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이미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단 한 건의 소송으로도 경영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의 순기능은 인정하면서도 제도 남용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집단소송의 명과 암'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본지가 2011년부터 최근까지 주요 집단소송 16건을 분석(추정치)한 결과 참여 인원은 36만여명, 총청구액은 4146억원에 달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건(20만명), 아이폰 성능저하 소송(6만2000명),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5만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전체 334억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210억원은 한국피자헛 소송 한 건에 해당했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사건에서 1인당 수령액은 청구액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아예 법원에서 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네이트·싸이월드 해킹 소송, 동양그룹사태 집단증권소송, 아이폰 위치정보 수집 소송, 삼성 갤럭시노트7 배터리 사건 등이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종결됐다.
반면 집단소송은 법률적으로 인과관계나 고의성 판단이 까다롭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소요된다. 2013년 제기된 동양그룹사태 집단증권소송은 대법원 판단까지 10년이 걸렸다. 기업들은 피를 말리는 기간이라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제도 남용에 대해선 우려를 제기한다. 청구액 대비 낮은 배상액, 소송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피로, 기업 경영 위축 등의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표당사자 요건 강화, 수수료 상한제, 사전조정 절차 도입 등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피해자 권익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남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균형 있는 제도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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