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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업 실리콘밸리] 혁신은 어디에서 나오나

[왓츠업 실리콘밸리] 혁신은 어디에서 나오나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지난 2008년 프랑스 파리의 눈 내리는 겨울밤. 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를 찾은 두 젊은이는 발을 동동 굴렀다. 눈이 펑펑 내리는 밤에 파리에서 택시 잡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아서였다. 이 두 명의 젊은 청년은 눈 내리는 파리의 중심지에서 눈을 반짝이며 통했다. 휴대폰 하나로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를 상상한 것이다. 이듬해인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 두 명의 젊은 청년, 트래비스 캘러닉과 개릿 캠프는 세계적 차량공유 기업 우버를 창업했다. 우버가 창업된 후 16년이 지난 현재,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대도시에서 택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사이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택시의 자리를 우버가 대체했다. 어느덧 리프트라는 경쟁기업이 등장해 우버와 경쟁 중이다.

지난 2022년 가을 오픈AI는 챗GPT라는 AI 대화형 검색을 세상에 공개했다. 오픈AI의 구성원들은 검색 서비스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구글이라는 넘을 수 없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있었지만 말이다. 오픈AI는 여러 개의 링크가 아니라 정확하고 간결한 답을 주는 챗GPT 출시로 실행에 옮겼다. 챗GPT가 출시된 후 전 세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돌파했다. 출시 2개월 만에 1억명이 챗GPT를 이용했다. 월스트리스트저널(WSJ)은 구글을 위협하는 인공지능(AI) 도전자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챗GPT를 'AI의 아이폰'이라고 평했다.

오픈AI의 챗GPT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원조 AI 명가 구글은 비상상황을 뜻하는 코드레드를 선포하며 대응에 나섰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구글은 이후 절치부심했다. 구글은 챗GPT가 등장한 바로 다음 해인 2023년 2월에 대화형 AI 챗봇 '바드'를 선보이며 대응했다. 바드는 여러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로 재탄생했다. 구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개최한 연례개발자회의에서 경쟁자가 놀랄 만한 대화형 검색 AI 모드를 선보였다. 오픈AI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검색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의 무인(로보)택시 차량. 샌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에서 자율주행차나 로보택시의 눈에 해당하는 감지센서 라이더와 레이더를 장착하고 주행하는 로보택시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이제 실리콘밸리 전역에서 보이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바로 세계적 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죽스다. 빵 토스터처럼 생긴 아마존 죽스는 웨이모의 로보택시와 경쟁하면서 미국 자율주행차 시장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머스크는 '사이버캡'으로 불리는 자율주행차를 통해 웨이모, 죽스와 경쟁하고 혁신을 만들어낼 태세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 굴지의 IT 기업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한국 테크 업계에서 더 이상 혁신적인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IT 산업이 성숙해서일까. 정부의 규제 때문일까. 아니다.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이 없으면 혁신은 없다.

한국이 동경하는 이곳 실리콘밸리는 경쟁이 일상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우버와 리프트, 오픈AI와 구글, 웨이모와 죽스, 테슬라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와 그에 준하는 기업들은 경쟁자가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 그것을 능가하는 것을 내놓기 위해 올인한다.
그런 무한경쟁이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만든다. 지난 3년간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확인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봐왔다. 그들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얻은 나름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실리콘밸리의 끊임없는 혁신은 무한경쟁 때문에 계속되고 있다는 해법을 그들이 얻어갔기를 기대해 본다.

theveryfir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