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시나리오별 전망
美中 갈등 재점화땐 年 0.7% 성장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아
영향 큰 산업은 車·철강·반도체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미국 관세율이 올해 말까지 상당 폭 인하되더라도 연간 성장률은 0.9%에 그치고,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재점화할 경우 0.7%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은은 올해 2·4분기 성장률이 0.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땐 올해 성장률 0.7%로 뚝
한은은 2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개월 만에 0.7%p 떨어진 것을 두고, 절반이 미국발 관세전쟁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성장률 전망치가 0.8%까지 하락한 데는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이 0.35%p 작용했다"며 "대형 산불과 같은 이례적인 요인과 정국 불안 등이 0.4%p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이 0.1%p 상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중 갈등 재점화에 따라 국내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협상 결렬로 유예기간 이후 상호관세가 절반 정도 환원되고, 관세율이 하반기 중 추가 상승하며 다른 나라들에도 높은 강도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7%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성장을 기록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보다도 낮은 수치다.
관세 유예기간인 오는 7월 9일(중국은 8월 12일)까지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무역협상이 진행돼 이미 부과된 품목관세가 10%까지 하락하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 관세율은 3·4분기 중 20% 수준으로 높아진 뒤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다"며 이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만약 품목관세만 남고 미국의 상호관세가 철회될 경우 한은의 낙관적 시나리오와 유사하거나 더 좋은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가처분 신청 등 프로세스가 남아 있다"면서도 "당초 예상한 올해 성장률을 기준으로 하면 0.1%p나 그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美관세 직격탄 맞는 한국 車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에 국내 산업 중에서는 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미국 관세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재화수출 기준으로 0.6% 감소하고, 대미 수출 기준으로는 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4월 초 관세 부과 이후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영향이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고, 앞으로 점차 뚜렷해질 것"이라며 "관세 회피 등을 위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더 확대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수출이 더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철강·알루미늄의 경우 같은 시나리오에서 GDP 재화수출과 대미 수출 기준으로 각각 연 0.3%, 1.4% 위축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이미 3월에 관세가 부과됐지만 3∼4개월의 계약·출하 시차 때문에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기존 계약 기간이 끝나는 3·4분기부터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도체는 GDP 재화수출에서 연 0.2%, 대중국 수출에서 연 0.5% 뒷걸음질칠 것으로 우려됐다. 미국이나 중국으로 직접 수출이 줄어들고, 세계 무역 규모 축소 등의 간접 경로를 통해서도 타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올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0.2% 역성장한 1·4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0%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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