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상포진 환자 75만명 육박
50대 이상 65%… 평생 유병률 30%
바이러스 감염된 신경절 따라
피부 영역에 ‘띠 모양’ 수포 나타나
신경계 변성 일어나면 되돌리기 어려워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 투여해야
가슴과 얼굴에 옷깃만 스쳐도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볼 수 있다. 캐나다 맥길의대에 의하면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출산 후 통증보다 더 심하다고 하니, 일상생활에도 얼마나 큰 지장을 주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바이러스가 신경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수포 발생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 80만명… 50대 이상·여성에 더 흔해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상포진 환자는 약 75만명에 달한다. 대상포진 평생 유병률은 30%에 달하며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률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 위험도 커진다. 실제 2023년 기준 50대 이상 환자 비율은 65%에 달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더 많이 발생한다. 연령과 성별 외에도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 면역 억제제 복용,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유발 환경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대한감염학회는 만 50세 이상의 성인과 만 18세 이상의 중증 면역 저하자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특징은 피부 증상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감염시킨 신경절을 따라서 점차 피부까지 이동하게 되고 이 신경절이 지배하는 피부 영역에 띠 모양의 수포와 같은 특징적인 병변과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마치 옛날 사모관대와 같은 허리띠 모양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허리띠 대 자를 써서 대상포진이라 이름이 붙은 것이다.
대상포진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한 공기전염은 되지 않지만 피부에 딱지가 생기기 전까지는 전염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영유아, 임산부, 면역저하자와의 접촉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72시간 내 초기 항바이러스 치료받아야
대상포진 환자의 70~80%는 피부병변이 생기기 전에 전조증상이 먼저 온다. 찌르거나 쑤시는 듯한 통증과 가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몸살감기처럼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구증상은 주로 2~3일에서 길게는 1주일까지 지속될 수 있는데, 이 시기는 피부 병변이 없으므로 진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구증상 시기가 지나면서 특징적인 피부 병변들이 나타나게 된다. 피부분절을 따라 홍반, 구진 등이 발생하게 되고 수포가 발생한다. 그러다가 3일 정도 후에 농포로 변하고 7일에서 10일째 가피, 즉 딱지가 앉게 된다. 2~3주 정도 지나서 딱지가 떨어지면서 피부병변은 치유되는 경과를 밟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상포진의 치료는 초기에 바이러스가 신경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응돈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통증의학과 교수는 "수포 발생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시작할 것을 강력 권고한다"며 "지속적인 통증 신호를 방치하게 되면 결국 신경계의 변성이 일어나게 된다. 한번 신경계의 변성이 일어나면 다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빠르고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진통소염제 등의 약물요법을 사용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신경 치료 등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신경통이라는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괴로운 질병으로 꼽힌다. 피부가 다 나아도 3개월간 통증이 지속된다면 대상포진 신경통의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만성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보고 있고 이때부터는 난치성의 통증으로 바뀌게 된다.
■단순포진일 수도… 대상포진과 차이점은?
대상포진은 단순포진과도 혼동하기 쉽다. 단순포진은 한 곳에 국한돼 발생하는 반면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수포가 생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포만으로 어떤 질병인지 일반인은 구별하기 어려워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포진도 대상포진처럼 면역력 악화와 관련이 있으며 수포가 포도송이처럼 무리 지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허리 위에 생기는 1형과 허리 아래에 생기는 2형으로 분류하며 개인의 면역 상태나 침범 부위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있다.
1형 중 가장 흔한 입술 헤르페스는 입술 경계부터 뺨, 턱, 코, 구강 점막 등에 발생한다. 수포 발생 전 화끈거림, 통증, 가려움증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외음부 주위에 물집이 생기는 2형의 경우 성병의 일종으로 수포 외에도 근육통, 발열, 무력감, 피로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단순포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한 번이라도 감염이 되었다면 치료 후에도 후근신경절이라는 신경조직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이 저하되거나 스트레스, 염증 등에 의해 쉽게 재발하고 증상을 일으킨다.
김윤미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과장은 "대상포진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수포 바이러스는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며 "단순포진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컨디션 관리과 개인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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