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 언급 없어...사고 원인, '블랙박스' 분석 필요
해군, 사망 승무원 4명 순직 처리 결정…합동 분향소 설치
[파이낸셜뉴스]
군 항공사고 조사관들이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대잠 해상초계기 사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에서 훈련비행 중 추락한 해상초계기(P-3)와 관제탑 간 마지막 교신은 추락 1분 전에 이뤄졌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비상상황'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해군에 따르면 군은 아직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며, 현장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블랙박스)를 회수해 사고 직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 중이다. 해군은 음성녹음저장장치를 이날 사고 현장에서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사고 이후 P-3 특별안전 점검을 포함해 모든 항공기의 이상 유무를 확인 중이다. 사고 항공기 잔해는 해군 항공사령부로 이송돼, 민간 전문 인력과 함께 합동사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군은 해군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해군은 조류 충돌과 기상 급변 및 난기류 등 추락 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초계기가 1시 49분에 추락했다는 것이 군의 공식 발표인 것을 감안하면 추락 1분 전 교신 때도 조종사들은 '특이사항'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는 제주도의 해군 항공사령부 615 비행대대 소속으로, 제주공항이 혼잡해 포항기지로 이동해 이착륙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이착륙훈련은 이륙 후 선회해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Touch and Go)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해 수시로 실시한다.
사고기의 훈련 비행경로와 기상 상황, 풍속 등도 양호한 상태였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예정된 훈련은 총 3회로, 사고기는 오후 1시 43분에 이륙해 1차 훈련을 완료했다. 이후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오후 1시 49분쯤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해군포항기지 관제사는 사고기를 육안과 레이더로 관측하며 사고 사실을 인지, 추락 2분 뒤인 오후 1시 51분쯤 해군 항공사령부 지휘통제실로 보고했다. 해군은 오후 1시 53분부터 항공사 및 해병대 1사단 소방차 5대와 구급차 5대를 현장으로 급파하고, 오후 2시 1분쯤 해군본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등에 긴급 상황 보고를 했다.
사망한 탑승자 4명에 대해선 30일 오전 해군본부 보통 진공 사상 심사위원회를 통해 순직 결정됐으며, 해군은 국방부에 이들에 대한 1계급 추서 진급을 건의할 예정이다.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되며, 장례는 해군장으로 엄수된다.
정조종사인 고(故) 박진우 소령은 포항기지에서 약 5년간 조종사로 근무하며 1700여 시간의 비행 경력을 보유했다. 부조종사인 고 이태훈 대위는 포항에서 3개월간 경력을 쌓았으며, 비행 경력은 900여 시간이다.
고 윤동규 중사는 항공기 엔진 및 조종사 계기를 모니터링하며 조종사를 보좌하는 전술사 역할을, 고 강신원 중사는 항공기 점검 등 비행을 위한 안전임무를 수행 중 사고를 당했다.
해당 항공기는 민항기를 베이스로 한 기종으로 일반적인 부품 수급에 문제는 없으나 2010년 도입해 2030년 도태를 앞둔 노후화된 기체로 확인됐다.
해당 기체의 마지막 창정비는 지난 2021년 2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 전 관제탑과 항공기 간 교신은 오후 1시 48분이 마지막이며 비상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 자료와 사고기의 음성녹음저장장치에 녹음된 내용 등을 분석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군 항공사고 조사관들이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대잠 해상초계기 사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군 항공사고 조사관들이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대잠 해상초계기 사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우리 해군도 운영하는 P-3C 오라이언 기종. 미 해군이 적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하고 추적하기 위해 설계한 4엔진 터보프롭 항공기다. 최근 육지 및 해상 지상 지상 감시가 가능하도록 수정됐다. 현재 미국이 150기·일본이 80기·대한민국이 16기(P-3CK)·대만이 12기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체공시간 16시간 ⦁최대속도 761km/h, 작전반경 3835km ⦁승무원 : 조종사 3명, 비행사 2명, 비행 엔지니어 2명, 센서 오퍼레이터 3명, 기내 기술자 1명이 탑승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자료사진) 해군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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