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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우선순위 조정 중”...필수품 외엔 손도 안 댄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안사요” ‘짠소비’ 계속 이어졌다

“가계, 우선순위 조정 중”...필수품 외엔 손도 안 댄다
서울 한 대형마트 식료품 모습. 뉴스1


재별 및 상품군별 소매판매액지수(2020=100.0) 전년동월 대비 증감률
(%)
불변지수 총지수 내구재 가전제품 가구 준내구재 의복 오락, 취미, 경기용품
2023년(전년대비) -1.3 -1.1 -13.1 -10.9 -0.5 1.2 -0.1
2024년(전년대비) -2.1 -3.9 -5.3 6.5 -3.0 -4.0 -6.6
1월 0.2 -8.9 -11.3 -11.3 -1.9 2.7 -1.5
2월 -1.8 14.4 -1.7 -2.0 -6.8 -4.9 -5.1
3월 0.7 4.2 -1.0 -7.0 -3.9 -4.0 -1.3
4월 -0.1 4.7 -8.7 -9.1 -5.9 -7.9 -2.9
(통계청)

필요한 물건만 사고, 나머지는 아예 손도 안 대는 ‘짠 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다.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값비싼 가전제품이나 가구는 물론, 옷이나 취미용품 같은 비필수재 소비까지 급감하는 모습이다. 이런 소비 부진은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를 내린 배경 중 하나로도 작용했고,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여부 역시 소비 회복세에 달릴 전망이다.

3년 넘긴 소비 침체…값비싼 물건은 더 외면

1일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가계의 상품 소비 수준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1·4분기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지난 4월만 보면 전년동월 대비 0.1% 줄었다. 연간 추세를 보면 감소 폭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2021년 5.8% 증가했던 소비는, 2022년 -0.3%, 2023년 -1.3%, 2024년 -2.1%로 3년 연속 줄어드는 중이다.

특히 값이 비싼 내구재는 소비 부진이 더 두드러졌다. 승용차만 예외적으로 판매가 늘었지만, 가전제품과 가구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가전제품은 2023년 1월 이후 1년 넘게 감소세를 이어갔고, 가구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내리 하락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부동산 거래 둔화와도 관련 있다고 분석한다. 이사가 줄면 새 가구나 가전을 사려는 수요도 줄어드는 것이다.

필수품 외엔 손도 안 댄다…“가계, 우선순위 조정 중”

값비싼 물건만 피하는 게 아니다. 의류나 화장품, 취미용품 같은 필수재가 아닌 품목도 일제히 외면받고 있다. 의류를 포함한 준내구재는 작년 12월부터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오락·취미용품은 무려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화장품이나 문구류 같은 비내구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가 물건을 살 때 꼭 필요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머지는 미루거나 생략하는 분위기”라며 “골프채 같은 고가 취미용품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준내구재는 단기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금처럼 줄어드는 것은 가계 여력이 약해졌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이유? ‘소비 부진’도 한몫

한국은행이 지난 5월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인하한 것도 이런 소비 위축이 배경 중 하나였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고, 여기에 미국의 관세 강화로 수출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수라도 떠받쳐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은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추경은 적자 국채 발행이 필요하고 정치적 협상도 있어 효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박명호 홍익대 교수도 “금리 인하는 기업 투자와 소득 증가로 이어져 소비 확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추경과 금리 인하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내리면 기업이 투자할 여건이 좋아지고 이는 소득으로 연결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며 “다만, 금리인하 및 추경 둘 중 어떤 쪽이 더 소비진작에 효과적인지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