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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령관, 브런슨의 '한반도 항모론' 전개의 속내는?

브런슨 "軍 구조 논의는 국가 최고 지도자들에게 선택지 제공"
한반도 중요성 강조하면서도 북중러 대응, 전략적 유연성 언급
전문가 "정치와 동맹의 조합을 찾아내려는 숙제 해답 모색 일환"
"韓 선제적 '전략적 유연성 2.0' 검토·제시, 대미 레버리지 높여야"

[파이낸셜뉴스]
주한미군 사령관, 브런슨의 '한반도 항모론' 전개의 속내는?
김명수 합참의장,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강신철 한미연합군부사령관 등 양국 군 지휘부가 지난 3월 6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을 찾아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한미연구소(ICAS)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한반도는 항모처럼 보인다”며 한반도 항모론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도 "밤의 위성사진을 보면 한국은 섬 또는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의 고정된 항공모함처럼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1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관 및 유엔사령관을 겸임하는 브런슨 사령관은 ICAS와 대담에서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부인하며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제게 전화해 그런 얘기를 한 사실이 없으며, (결정권자인) 합참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언급되지도 않았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일부 주한미군이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설명을 덧붙였다.

브런슨 사령관은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을 얘기할 때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군의 한국 주둔은 북한과 러시아, 중국 지도자들의 셈법을 바꾸고 비용을 부과한다. 우리 국가 최고 지도자들에게 선택지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지역이 직면한 글로벌 도전은 엄청나다"며 "한반도에서 동해를 보면 러시아의 침범이 발생하고 있고, 서해에서는 중국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우리 측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건 우리의 생각에서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략적 유연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여기(한반도)서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강력한 군대다. 10대 군사 강국의 하나(한국)가 여기 있고, 우리는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최근 밤에 위성사진으로 보면 북한이 완전히 어둡기 때문에 한국이 항공모함처럼 보인다면서 "지도를 펼쳐 항공모함 그림을 한반도 전체에 올려놓고 '이곳에 배치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해 보라"며 "첫째로 러시아는 '동해에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할 것이고, 중국은 '서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과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군 중 아시아 대륙에 배치된 부대는 (주한미군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직선거리로 400∼600㎞에 미군은 우리 부대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국방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의 국내 정치적 환경이 만만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동맹공식이 바뀌고 있고 동맹과도 거래적 접근법으로 관세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더욱이 미군이 다른 나라를 위해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정치와 동맹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브런슨 사령관의 숙제이고 그 해답으로 ‘한반도 항모론’을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 군사동맹의 상징성뿐 아니라 실체적 지위에 있다"며 "변화하는 대내외적 정치환경에서도 주한미군의 강건성을 유지해서 한미동맹을 지켜내야 할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항모론은 우선 항모 역할을 하는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도 매우 유익한 것이니 감축이나 철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강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 교수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달라진 주문에 대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브런슨 사령관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즉 주한미군이 한반도 붙박이로 있어서는 안 되며 항모가 원해 투사능력이 핵심이듯 한반도라는 항모 플랫폼을 전격 가동하려면 일부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부에 투입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항모론은 트럼프 2기 MAGA 접근법을 준용하면서도 한미동맹을 살려내는 처방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단순히 목도하는 것을 넘어 한국은 선제적으로 '전략적 유연성 2.0'을 검토해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주한미군 사령관, 브런슨의 '한반도 항모론' 전개의 속내는?
김명수 합참의장과 제이비어 브런슨 신임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1월 9일 서울 용산구 합참에서 최근 한반도 안보정세와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합참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