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비자 걱정에 출국 말리는 美 대학들... "방학 중에도 유학생 숙소·식사 지원"

미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가운데 여름방학을 앞두고 고국에 돌아가는 대신 미국에 머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유학생 비자 취소 계획에 섣불리 출국했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인데, 학교 측에서도 출국을 말리는 분위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 대학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의 맥칼레스터 칼리지는 25만달러(약 3억4595만원)의 기부금을 활용, 올해 여름 교내 숙소를 원하는 모든 외국인 학생에게 주거시설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해당 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중 3분의 1은 다음 학기 시작까지 캠퍼스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대학 대변인은 "우리는 머물기 원하는 학생들을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애리조나주립대학도 올해 여름방학 기간 중 학교에 머무는 모든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캠퍼스 내 주거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해당 시설은 원래 학기 중에 수업을 듣거나 캠퍼스에서 일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으나, 이번 여름에는 모든 외국인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다.

WSJ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베일러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듀크대 등 미 전역의 다른 대학들도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방학 중 미국에 머물라고 권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와 학생 선발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하버드대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이민 당국 요원이 숙소에 갑자기 찾아올 경우 대응 요령을 담은 빨간색 카드를 배포했다.
카드에는 학생들이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응급 전화번호도 적혀있다.

동시에 하버드대는 여름방학 기간 학내 주거시설에 머물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신청 마감일을 비공식적으로 연장하고, 신청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WSJ는 다수의 대학들이 트럼프 정부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그룹 채팅방 등 비공식적인 통로로 외국인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