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리스크에 댓글 조작 의혹도
정책 검증보다 상대 헐뜯기 혈안
고발 잇따르며 역대 최악 선거전
투표지 분류기 최종 점검 제21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과 개표 사무원들이 서울 용산구 신광여고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 정상 작동 여부를 최종 모의시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레이스가 2일로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 약점 잡기 등 네거티브로 점철된 선거로 평가된다. 특히 새 정부의 국가운영 및 비전을 비교하기 위한 정책 및 인물 검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상대 헐뜯기를 통한 혼탁 선거전만 난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이번 대선에선 어느 때보다도 양 진영 간 극단적 대립양상이 심화되는가 하면 국론분열 양상까지 더해지면서 역대 최악의 선거전이란 오명을 얻게 됐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내란심판'을 앞세우면서 대세론을 이어갔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입법·사법·행정 3권을 장악하는 '괴물 독재 국가'가 될 수 있다면서 반(反)이재명 연대 구축에 집중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 허점을 공격하는 동시에 과거 발언 논란과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포함한 가족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결국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도 각 후보 진영이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린 가운데, 이재명 후보 측은 보수 성향 단체인 '리박스쿨'의 댓글조작 의혹으로 김문수 후보를 공격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사전소통 발언 논란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김 후보 배우자 설난영 여사 비하 발언 논란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이준석 후보 측도 이재명 후보 가족리스크에 더해 최근 발언 논란을 공격했다.
이 같은 과정 속에 정책 경쟁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후보들 간 난타전 속에 유권자들도 공약보다 각 후보들의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공약 경쟁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미뤄졌다. TV토론회 중 '경제' 분야에서 예열을 끝낸 각 후보들은 '사회' 분야, '정치' 분야를 거치면서 네거티브 정쟁이 더욱 가열됐다.
'정치' 분야 토론회 도중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 아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혐오 댓글 발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결국 각 후보 진영 간 고발전이 잇따르면서 진흙탕 싸움은 가열됐다. 그러다 유시민 전 이사장의 설난영 여사 비판 발언이 여성차별·학력차별 논란으로 확산됐고, 보수 성향 단체인 '리박스쿨'의 댓글조작 의혹이 터진 데 이어 짐 로저스의 이재명 후보 지지 진위 논란,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사전소통 여부 논란 등까지 더해져 마지막 날까지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각 후보들의 대표적인 공약 키워드만 부각됐을 뿐, 외교안보나 경제 분야 공약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설명은 매우 빈약했다"면서 "탄핵으로 열린 대선인 만큼 세밀한 검증을 하기엔 역부족인 측면도 있었지만 네거티브가 역대 대선에서 가장 심했다"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