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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못펴는 온라인 쇼핑… "짠소비 지속"

거래규모 12개월째 한자릿수 증가
비싼 내구재 가전·가구 소비 부진에
의류·취미용품 등도 지출 감소세

필요한 물건만 사고, 나머지는 아예 손도 안 대는 '짠 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다. 값비싼 가전제품이나 가구는 물론, 옷이나 취미용품 같은 비필수재에도 지출을 줄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 금액의 경우 거래액이 늘기는 했지만, 증가 폭은 크게 줄었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1조 6,8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2.5%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쇼핑 거래 규모는 지난해 5월(8.7%) 이후 12개월 연속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특히 4월 증가 폭은 2017년 통계 집계 이후 4월 기준 최저다. 지난해 '티몬 사태' 여파로 인해 e쿠폰 서비스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49.1% 급감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월 온라인 쇼핑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했고, 2월에는 12.9%, 3월과 4월에는 각각 10.6%, 11.5% 등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3년 연간 온라인 쇼핑 거래 증가 폭은 12.0%에 달했다.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 위축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성장세에도 악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은 통계청이 지난 1일 내놓은 '4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분기 전년 동기 대비 0.3% 줄었던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4월에도 0.1% 줄었다. 연간 추세를 보면 감소 폭은 커지는 양상이다. 2021년(5.8%) 이후 2022년(-0.3%), 2023년(-1.3%), 지난해(-2.1%)로 3년 연속 줄었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내구재는 소비 부진이 두드러졌다. 승용차만 예외적으로 판매가 늘었지만, 가전제품과 가구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가전제품은 지난해 1월(2.8%) 이후 계속 줄고 있다. 가구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계속 감소세다. 가전, 가구 모두 이사를 통해 판매가 많이 되는 만큼 부동산 경기 위축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의류나 화장품, 취미용품 같은 필수재가 아닌 품목도 일제히 외면받고 있다. 준내구재는 2023년 12월(-2.5%)부터 지난달까지, 지난해 6월(0%)을 제외하고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의복 역시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오락·취미·경기용품 역시 지난해 2월부터 1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비내구재 중 화장품과 서적·문구 등은 각각 지난해 7월, 2023년 12월 이후 감소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 소비 진작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라며 "추경을 할 경우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시장금리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추경은 정치적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내리면 기업이 투자할 여건이 좋아지고, 이는 소득으로 연결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며 "다만 금리 인하와 추경 중 어느 쪽이 더 소비 진작에 효과적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