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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새로운 대통령의 조건 ‘애민정신’

[강남시선] 새로운 대통령의 조건 ‘애민정신’
전용기 산업부장·산업부문장

오늘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다. 저녁이 되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몇 시간 뒤 새로운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꽃다발이 전해질 것이다. 단 하루 만에 한 사람의 이름이 권력의 중심에 오르고, 대한민국의 방향은 다시 바뀐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세 글자, 그 이름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자영업자의 삶, 무서울 정도로 급증하는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도산,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통상갈등, 물가·금리·고용의 삼각파도.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선포한 '글로벌 관세전쟁'의 한가운데 서 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계엄 논란, 탄핵, 대선이라는 정치의 연속극 속에서 사회는 조용히 두 갈래로 갈라졌다. 부자에겐 세금, 대기업엔 규제. '누구는 괜찮으니 빼앗아 나누자'는 식의 선동이 일상화되고 있다. 위기일수록 국민 모두가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지만, 내 편이 아니면 배에서 내리라고 고함친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금 상황을 '정서적 내전 상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 막 선거를 치르고 당선이 확정되더라도, 축배는 잠시뿐이다. 다음 날부터는 쏟아지는 현안과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숙제가 기다린다. 어떻게든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다시 추슬러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한발 더 전진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자주 소환되는 이름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올해로 벌써 서거 16주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봉하마을을 찾아 "사람 사는 세상의 꿈.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으로 완성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역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일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모든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국민 주권 개헌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노무현 정신이란 게 뭔가. 권위에 맞서는 용기, 이의 있을 때 말하는 당당함, 불리하더라도 소신을 택하는 결기"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그 정신을 실제로 보여주신 분"이라고 밝혔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인기가 없었다. '모든 게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고 했다. 퇴임 후에는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자주 털어놨다.

애민정신(愛民精神). 그 진심은 너무 뒤늦게 국민들의 기억에 각인됐다. 국민 한 명, 각 계층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새로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한 사람의 욕망이나 정치적 성취로 설명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과거 청와대 출입 경험을 돌아보면, 대통령은 취임 순간부터 5000만원짜리 적금을 깨고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지지율을 빗댄 말이다. 그 적금은 줄어들기만 할 뿐, 결코 늘어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국민은 냉정하다. 전권을 줬으니 기다려줄 법도 하지만, 생각보다 인내심은 쉽게 바닥을 드러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된 날 하루만 좋았고, 다음 날부터는 나라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말은 어떤 대통령에게도 예외가 없다.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새로운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지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를 바란다면, 결국 자신의 삶에 먹구름이 몰려오게 되어 있다. 실패한 대통령 아래에서 행복한 국민은 없다.


시간이 지나 "그 대통령, 참 괜찮았지"라고 기억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은 곧 국민의 생존이다. 한 표를 던진 지금 이 순간, 국민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하길 기원하고 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