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영 전국부 차장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기표소에 들어가 본 기억이 난다. 그때가 '투표'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아마 1987년 대선 때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동네 이곳저곳에 붙어 있던 선거 벽보가 어렴풋이 기억 난다. 또 꽤나 비밀스러웠던,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투표행위 그 자체에도 관심이 생겼다. 나도 직접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일었다.
그 후 수년이 지나 성인이 된 뒤 처음으로 투표할 기회가 생겼다. 그때부턴 대선, 총선, 지방선거 모두 빼놓지 않고 참여했다.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투표는 개인의 정치적 가치를 실현할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런데 단 한번 지난 대선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무슨 이유였든 두고두고 후회를 했다.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는데, 권리를 주장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직접선거가 너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국내외 역사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는 1962년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다. 그전까지는 국회가 대통령을 선출했다. 당시 드골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강화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직선제 개헌을 추진했다. 개헌 후 프랑스에서는 1965년 대선부터 직접선거를 실시했다. 1848년 대선 이후 117년 만이었다.
우리나라의 직접선거는 국민이 직접 쟁취한 것이다. 유신체제, 군부독재를 거친 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우리 국민은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다. 1972년 이후 15년 만이었다. 직접 대통령을 뽑고 싶다는 열망이 15년간 응축된 이유였을까. 1987년 대선 투표율은 무려 89.2%였다. 국민 10명 중 9명 가까이가 투표장에 나온 것이다.
정치는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위정자들을 향해, 국민들이 항상 지켜보고 있음을 상기시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위정자들이 국민의 목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때다.
지금은 '국민의 시간'인 대선 기간이다.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는 사전투표를 포함해 총 사흘간 투표일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중 이틀은 벌써 지났다. 나의 정치적 가치를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딱 하루 남은 셈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전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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