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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뮤지컬이지” 유쾌한 헌정극, ‘더 퍼스트 그레잇쇼’[이 공연]

서울시뮤지컬단 창작뮤지컬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이게 바로 뮤지컬이지” 유쾌한 헌정극, ‘더 퍼스트 그레잇쇼’[이 공연]
서울시뮤지컬단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공연 장면

“이게 바로 뮤지컬이지” 유쾌한 헌정극, ‘더 퍼스트 그레잇쇼’[이 공연]
서울시뮤지컬단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공연 장면

“이게 바로 뮤지컬이지” 유쾌한 헌정극, ‘더 퍼스트 그레잇쇼’[이 공연]
서울시뮤지컬단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공연 장면

“이게 바로 뮤지컬이지” 유쾌한 헌정극, ‘더 퍼스트 그레잇쇼’[이 공연]
서울시뮤지컬단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공연 장면

[파이낸셜뉴스] 한국 최초의 뮤지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61년 12월 구성된 국내 최초 종합음악예술단체 예그린악단을 이어받은 서울시뮤지컬단이 뮤지컬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그때 그 시절, 무모한 도전에 나섰던 이들의 좌절과 용기를 유쾌한 상상력으로 되살려냈다. ‘더 퍼스트 그레잇쇼’는 한국 뮤지컬 태동기를 향한 진심 어린 헌정이자, 예술가들의 땀과 눈물을 담은 뮤지컬 그 자체다.

웃으면 시작해 진심 전한 '대단한 썸띵 뉴 코리안 쇼'

이 작품은 1960년대 '북한 피바다 가극단을 능가하는 엄청난 공연을 만들라'는 정부의 지시로 '대단한 썸띵 뉴 코리안 쇼' 제작에 나선 사람들의 좌충우돌을 그린다.

웃음을 장착한 다양한 캐릭터와 예측불가 전개로 우당탕탕 조금은 어수선한 한편의 소동극을 펼치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어야 하는” 코미디쇼 뮤지컬답게 마지막엔 감동과 미소를 안긴다.

허구의 이야기나, 최초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만들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창제작 과정의 에피소드를 군데군데 녹였다.

공연은 존재감 없는 고위 관료인 중앙정보부 문화예술혁명분과 유덕한 실장(박성훈, 이창용)이 웅장한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실수로 동명이인인 배우 출신 임영웅(이승재, 조형균)을 섭외한다. 졸지에 연출이 된 영웅은 한때 같은 극단에 있었던 재능 있는 작가 지망생 윤지영을 작가로 끌어들인다. 오페라 가수, 무당, 풍물패, 트로트 가수, 성악 전공 대학생 등 온갖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미국 유학파 장길용 작곡가까지 합류한다.

와중에 상부의 검열, 즉흥 개입, 황당한 요구에 창작진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바뀌는 것이 창작의 묘미”인 법. 난관의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이, 덕한과 영웅은 자신조차 몰랐던 재능을 발굴하고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깨닫는다.

감사와 응원, 첫 여정 보는 즐거움

1막에서는 ‘뮤지컬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유쾌한 답이 펼쳐진다. 작가와 연출 앙상블이 부르는 “그게 바로 뮤지컬이니까요”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위키드’ ‘페임’ 등 수십 편 뮤지컬 넘버를 오마주한 콜라주 형식으로 구성돼 뮤지컬 장르의 특징과 매력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2막은 극중극 형식으로 이순신 장군이 열두 척 배로 왜적에 맞선 순간을 무대화하며 뮤지컬 창작자들에 대한 헌사와 애정을 드러낸다. 초보 창작진이 만든 첫 뮤지컬을 보는 재미와 함께 극중극이 그들이 상황과 겹쳐지며 여러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윗선에서 공연을 접어라고 하는데도, "무대만 있으면 어떻게든 해볼 만하다"는 정신으로 공연을 올리는 모습은, 소동극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며 웃음을 자아낼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 공연을 올리는 창작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뭉클함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뮤지컬에 대한 뮤지컬이라는 메타 뮤지컬 형식 덕에 극중 대사나 넘버가 뮤지컬 장르의 속성을 설명하고 또 인물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의적 의미를 음미하는 재미도 있다. 또 ‘공연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극중 대사처럼 극중극 새드엔딩이 갑자기 해피엔딩이 되는 무모한 시도가 이어지는데, 흥겨운 춤과 노래의 힘 덕분에 그 말이 안 되는 것이 용인되는 공연의 마술적 순간이 펼쳐진다.

처음이라 서툴지만, 그래서 더 진심인 이야기. 그들이 만들어낸 무대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한국 뮤지컬의 시작점에 대한 따뜻한 감사이자, 다시금 그 길을 걷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조형균-이창용 호연, 브로맨스 눈길

지난 1일, 공연의 시작을 연 '연출' 역 조형균은 능청스럽게 무대와 관객과의 경계를 허물었다. 공연 시작 전 박수를 유도하며 무대를 예열한 것. 이어진 장면에선 앙상블이 ‘박수’ ‘호응’이 적힌 종이를 들고 관객의 '관람'을 ‘참여’로 확장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캐스팅한 조형균과 '실장' 역 이창용의 궁합은 뛰어났고, 그들의 브로맨스는 역시 눈길을 끌었다. 주요 배역을 맡은 소속 단원들까지 배우들의 솔로, 듀엣, 합창 모두 귀에 쏙쏙 박혔다. 적절하게 사용된 영상은 중극장 무대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었고, 무대에 키치적 감성을 더했다.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우리나라 첫 뮤지컬을 만든다는 주제로 복고 느낌 낭낭” “오랜만에 보는 깔깔극” “그들의 첫 여정에 함께 하는 일이 꽤 즐겁다" "수준 높은 수작. 연기, 노래, 무대, 안무 모두 훌륭하다. 특히 넘버가 너무 좋다” 등 호평을 보냈다. 한 40대 관객은 넘버 중 "1막에서 연출이 부르는 ‘내 자리’가 2막에서 편곡된 리프라이징으로 실장이 부르는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소 어수선하다는 반응도 눈에 띈다. “다소 정신 없는 느낌은 있지만 그것마저도 '처음' 그 자체라 괜찮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호연은 좋았지만, 스토리가 약간 정신없다. 정확히 무엇인지 모를, 지금 만들어가는 위대한 쇼의 일부를 본 관객으로서 조금은 흐지부지 끝나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며 아쉬움도 언급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