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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허니문 없다… 내란·김건희·채상병특검법 본회의 통과 [이재명 대통령 시대 입법 드라이브]

새 정부 시작부터 정국 급랭
巨與, 3대 특검·검사징계법 의결
"尹 거부권 법안들 매주 강행처리"
국힘 반대 당론에도 친한계 이탈
李대통령, 4개 법안 재가 할 듯

협치 허니문 없다… 내란·김건희·채상병특검법 본회의 통과 [이재명 대통령 시대 입법 드라이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3대 특검법인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중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가결 현황이 대형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해당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가 수사 대상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시작부터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집권 여당이자 원내 1당인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쟁점법안들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이 이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다. 야당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정치보복은 없다'던 약속이 휴지 조각이 됐다며 대여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강대강 대치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신임 대통령이 선출되면 여야가 한시적으로나마 협치 분위기를 조성하는 때를 소위 '허니문'이라고 표현하지만 민주당은 이 대통령 취임 이튿날부터 각종 쟁점법안들을 강행처리하면서 여야가 정면 충돌, 정권 초반부터 정국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3특검법, 野 당론 반대에도 의결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내란사태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3건의 특별검사법안들과 법무부 장관이 검사를 징계할 수 있게 하는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같은 날 반대 당론을 채택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주도로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먼저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 행위'로 규정하고 여기에 외환유치 행위와 군사 반란까지 더해 총 11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규모는 특검보 7명과 파견검사 60명이다. 수사에 필요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 혹은 관할 지방법원장의 허가를 전제로 열람토록 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부인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가방 수수, 건진법사 관련,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연루된 공천개입과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16개 수사 대상을 명기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작전 중 발생한 채상병 사망사고 경위와 윤석열 정부의 수사 방해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본회의를 방청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은 채상병 특검이 통과되자 방청석에서 기립해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3개 특검법 모두 특검 후보자는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범여권의 조국혁신당이 각 1명을 추천한다.

검사징계법 개정안은 검찰총장 외에 법무장관도 직접 검사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법무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을 통해 특정 검사에 대한 조사를 지시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자체가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이라며 4개 법안에 대한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보유 의석수가 107석에 그쳐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거기다 의총 과정에서 20여명의 친한계 등 의원들은 3특검법에 대해선 자율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와중에도 찬성이나 반대표를 던졌다. 내란과 김건희 특검의 경우 반대하는 건 윤 전 대통령을 비호하는 모양새라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與, 쟁점법안들 매주 처리 방침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집권해 거부권 변수가 사라진 만큼 이날 의결된 4개 법안은 원만하게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간 윤석열 정부가 저지했던 법안들을 차례차례 처리할 방침이다. 당장 이번 6월 임시국회의 경우 매주 목요일 본회의 소집 요구를 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본회의를 개의하며 매주 목요일 본회의 개최 원칙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사회의 주주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개정안과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쌀 의무매입제 등이 담긴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을 정지토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근거를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 등 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거나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쟁점법안들이 이달 내 잇달아 통과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계획대로 입법독주가 현실화되면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야당과의 대화와 협치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피의자인 5개 재판을 멈춰 세우는 형소법 개정안 등 야권이 이른바 '방탄법'이라고 칭한 법안들이 '레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치의 여지는 있다.
이날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표결에 참석하는 등 당내 기류가 달라지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체제를 구축하면서 이재명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밝힌다면 정부·여당도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국무총리 임명동의를 비롯한 정부 조직개편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여야 대치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건 부담이라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송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