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신고·협조에도 '최하위'…아동학대 발생 어린이집, 감경 안 돼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어린이집에서 소속 보육교사의 아동학대가 발생했다면, 어린이집이 자진 신고하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어도 평가 부처는 반드시 최하위 등급을 내려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4월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원장 A씨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어린이집 평가등급 최하위 조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학부모 제보를 통해 소속 보육교사 B씨의 아동학대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 이후 조사 결과 B씨는 피해 아동들이 낮잠을 자지 않고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머리를 때리는 등의 폭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2023년 8월 검찰로부터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듬해 5월,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린이집 대표자 또는 보육교직원이 아동학대 행위를 한 경우 평가등급을 최하위등급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당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해당 어린이집의 등급을 최하위인 D등급으로 조정했다.
이에 A씨는 아동학대 사실을 인지한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했음에도 최하위 등급 처분을 받은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자발적 신고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최하위 등급 조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2024년도 보육사업안내' 지침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보육 관련 사무가 교육부로 이관되면서 소송 도중 피고는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제보를 받은 즉시 CCTV를 제출하고 진상 파악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구 영유아보육법의 규정 형식, 문언에 따르면 각 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피고는 반드시 어린이집의 평가등급을 최하위등급으로 조정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해당 처분이 행정청의 재량이 아닌 기속행위, 즉 재량 없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조치라는 의미다.
또한 재판부는 복지부 지침에 대해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고, 그 내용도 상위 법령에 반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자진 신고에 따른 감경 또는 면제가 가능하다는 지침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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