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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여가 결합한 '오피스'... 도심 럭셔리 라이프 주도 [상업용 부동산 新밸류업]

(상) 공실 한층을 커뮤니티 시설로 '오피스 브랜드화 시대'
여의도 '파크원 타워2' 입소문
임차기업 직원 일상 만족도 커져
장기적 관점서 임대 경쟁력 제고

인테리어나 증·개축 등을 통해 시설을 개선하고 공간을 넓히는 것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통적인 '가치 제고(밸류업)' 전략이다. 하지만 단순 시설 개선 만으로 빌딩의 가치 하락을 막기 어렵고, 개발비용 증가로 리모델링을 통한 기대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로운 밸류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짚어본다.

일·여가 결합한 '오피스'... 도심 럭셔리 라이프 주도 [상업용 부동산 新밸류업]
지난 5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타워2 22층 '스위치22'에서 열린 '도시사유회'에서 임동우 프라우드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가 참석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세빌스코리아 제공

#. 수많은 직장인들로 붐비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매주 목요일 저녁 업무를 마친 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으로 모여든다. 자신들이 근무하는 빌딩 내 프라이빗 라운지에서 진행되는 인문강연 및 마인드 케어(심리상담)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만난 임차인 A씨는 "업무 공간에서도 문화생활과 힐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일 말고 취향 공유" 오피스의 변신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 빌딩을 브랜드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는 올 봄 '여의도 파크원 타워2' 소유주인 'ARA코리아'와 함께 22층 공간을 임차인 전용 어메니티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임차사(기업) 직원들은 업무시간 중에 탁 트인 한강과 여의도·마포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서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다. 화상 미팅·명상 등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1인 공간도 있다.

파크원 타워2의 브랜드 컨설팅을 맡은 '에딧시티 프로젝트' 남윤주 대표는 "일하는 업무 공간이지만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으로 완전히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산운용 전략에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도입한 결과다. 사실상 한 층의 임대료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평가 받지만, 결과적으로는 임대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빌딩숲에서 이 곳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임차인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대기업 등 신용도 높은 임차사를 유치하는 데에도 효과를 낼 전망이다.

이를 기획한 양승화 세빌스코리아 자산관리본부 부사장은 "단순히 입지와 시설 등 스펙 위주의 프라임 오피스 개념을 넘어 빌딩에 격을 만들기 위한 도전"이라며 "빌딩에 대한 임차인들의 애정을 높여 높은 임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여가 결합한 '오피스'... 도심 럭셔리 라이프 주도 [상업용 부동산 新밸류업]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타워2' 22층에 조성된 임차인을 위한 프라이빗 공간 사진=전민경 기자

■오피스 차별화, 해외성공 사례 많아

해외에서는 이미 일과 여가, 커뮤니티를 결합해 오피스를 브랜드화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욕의 '브룩필드 플레이스'는 편의 서비스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해 오피스를 일상의 플랫폼으로 재구성했다.

도쿄 '도라노몬 힐즈'는 52층의 오피스 타워와 함께 선술집 골목, 정원, 미술관, 헬스장 등을 통합해 도보 15분 이내에 위치하도록 설계했다. 도심 직장인들의 감성적인 경험과 커뮤니티 연결성을 중시한 공간 기획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 전략' 역시 빌딩 브랜딩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 중구 서울파이낸스와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등 대형 프라임급 오피스들은 1층 로비에서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고유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오피스 빌딩 트렌드는 업무 공간에서도 새로운 체험을 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빌딩의 브랜드화 전략은 앞으로 자산 운용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