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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책금융 정부 재정지원… 자영업자 생계보험 도입을" [새정부 금융개혁 과제(2)]

한국민간금융개혁위원회
'포용금융' 3대과제 제안
채무조정제도 채무자 위주 전환
취약계층·자영업자 안전망 강화

"서민정책금융 정부 재정지원… 자영업자 생계보험 도입을" [새정부 금융개혁 과제(2)]
이재명 정부가 포용·서민금융 강화를 약속한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직접 지원해 서민정책금융의 재원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채무조정제도 개선과 자영업자 생계보험제도를 통해 저소득 취약계층·자영업자의 안전망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민간금융개혁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용금융' 3대 과제를 제안했다. 앞서 위원회는 △금융감독 △금융 소비자 보호 △혁신금융 △가계 및 기업부채 △포용금융 △은행 및 보험산업 △자본시장 및 신탁 △벤처투자 등 8개 분야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30대 금융개혁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위원회는 서민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포용금융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봤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서민정책금융의 재원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민정책금융의 재원은 금융기관 출연금, 휴면예금, 복권기금 수익금 등 대부분 한시적 재원에 그친다. 특히 은행 등 민간금융사의 재원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부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서민금융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정책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지난해 10조3850억원에서 올해 10조7500억원으로 3650억원가량 증액했다. 역대 최대 규모지만 지난해보다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저신용·저소득 근로자가 대상인 근로자햇살론(2조6000억원→3조3300억원)뿐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과 소액생계비대출, 사업자햇살론 공급 규모는 지난해 대비 오히려 축소됐다.

그나마 올해 정책금융 공급을 3650억원가량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상품 출연요율이 0.035%에서 0.06%로 늘어난 덕분이다. 출연요율이 높아지면서 은행 출연금은 연간 약 1000억원 늘어난다. 이후 정부가 올해 3월 추가로 4조8000억원의 서민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정책금융은 1조원에 그치고, 민간금융사가 3조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정부 재정에서 매년 일정규모 이상의 직접지원을 통해 서민정책금융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임기인 5년 동안 일정 규모의 재정지원 공표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산업정책금융, 중소기업정책금융 등에 비해 서민정책금융 기능 강화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의 직접적 출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무조정제도를 채무자 위주로 전환·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우선 개인워크아웃의 채무변제기간을 현재 8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이다. 남 위원장은 "소득 양극화, 장기 저성장, 금융 양극화 등으로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 서민들의 채무조정이 중요하지만 채무조정기간이 너무 길고 채무자의 채무 부담이 커서 채무조정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감면율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채무감면율 상한 역시 현재 70%에서 80%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현재 감면율 산정 과정에서 채무 변제기간을 선택변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5년으로 고정시킨 후 변제기간 내의 소득과 총부채액을 감안해 감면율을 산정하는 식이다.

사전(프리워크아웃)·신속채무조정을 통합 운영하고 이자율도 대폭 감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남 위원장은 "이자율 감면이 사전채무조정제도의 유효성을 어느 정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이자율 감면으로는 신용회복의 한계가 있다"며 "이자율 감면 폭을 좀 더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의 회복과 사회적 안정망을 위해서는 생계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계보험제도는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에 따른 자영업자의 소득감소의 충격을 보전하고, 사업실패로부터 재도전을 위한 사회안전망 장치로서 정책보험 성격을 지닌다. 현재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올해 4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총 5만6098명으로, 가입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zoom@fnnews.com 이주미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