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등 1주일간 추천 받기로
모양새 갖춘 이벤트로 흐를 수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추천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일주일간 장차관 등 인사추천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0일부터 1주일 동안 고위 공직자에 대해 국민의 추천을 받는다고 한다. 장차관을 비롯해 공공기관장 등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주요 공직 후보자가 추천 대상이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추천된 인사를 검증한 뒤 최종 적임자를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 추천 공직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따라 국민의 뜻을 반영해 공직자를 투명하게 임명하겠다는 취지는 공감이 간다.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해 본 적이 없어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새 정권이 들어선 직후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선거에 대한 논공행상식 인사에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코드인사'에 치중하면서 대선캠프 출신들이 자리를 독차지했고 능력은 뒤로 밀리기 십상이었다. 거기에다 임명권자인 대통령 개인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쳐 검증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는 '인사참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의중은 이런 인사실패를 줄이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에게 인사권의 일부를 부여함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의 성패를 떠나 취지만큼은 참신하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인사권의 일부를 국민에게 되돌려줌으로써 주권재민을 실현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뜻도 가상하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한 일반 국민이 얼마나 유능한 인재를 천거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추천이 쏟아져 들어온다면 많은 사람을 일일이 검증하고 가려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 포퓰리즘적 이벤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절차적 모양새를 갖추면서 결국에는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를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참여자가 너무 적으면 적어서 무의미한 시도로 끝날 것이다.
장관을 비롯한 주요 고위 공직자는 전문성을 포함한 능력이 첫째 조건이다. 관료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과 덕망도 갖춰야 한다. 처음부터 공직자로 일한 경험 많은 관료가 그 범주에 들 수 있고, 정치인이나 학자 출신도 최고의 전문성만 갖췄다면 얼마든지 나라의 재상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다.
그러나 특히 새 정부 출범기에는 전문성이나 리더십보다는 대선 기여도나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이 임명 조건으로 작용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나돈 '고소영'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특정 지역의 지연과 학연이 결정적 요소가 되기도 했다. 능력을 무시하고 같은 정파나 측근에게 중차대한 국사(國事)를 맡겨 잘 풀리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반드시 끊어야 할 악습이 공공기관장 낙하산 인사다. 미국도 엽관제라고 해서 집권세력이 공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치적 관습이 존재했다. 전문성을 무시한 엽관제의 폐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수백, 수천개는 된다고 하는 공공기관의 주요 자리를 전문성은 따지지도 않고 정치인이나 정치권 주변에서 '기생'하는 인물들에게 나눠주다시피 했다.
코드인사나 낙하산인사는 실력 있는 숨은 인재들을 배제하는 나쁜 정치의 전형이다. 이 대통령은 이념과 무관하게 능력 있는 인물을 발탁해서 쓰겠다는 언급을 해 왔다.
이번 국민추천제가 낡은 병폐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인사를 만사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잘 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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