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발표, 반도체 5위 충격
새정부, 특단의 인재대책 내놓길
/이미지=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과학국제문제연구소(벨퍼센터)가 최근 발표한 국가별 핵심 신흥 기술 순위를 보면 뼈아픈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5대 신기술 종합 순위는 반도체 분야 비율이 많이 책정된 탓에 전체 25개국 중 간신히 5위에 올랐지만 선두 1·2위와 엄청난 격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 한국을 이끌 분야로 주목해온 인공지능(AI), 양자, 우주 등 신흥 기술은 전반적으로 중위권에 그쳤다. 기술강국 한국의 자부심이 언제 적 일인가 싶은 상황이 됐다.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보고 국가와 기업, 미래 일꾼들의 총체적인 분발이 절실하다.
반도체가 그나마 종합순위를 끌어올리긴 했으나 반도체 분야 경쟁력이 미국, 중국, 일본, 대만보다 못한 5위라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설계와 제조 능력은 높이 평가됐으나 장비 능력에선 많이 뒤처졌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을 자랑하면서도 장비와 기타 생태계는 열세를 면치 못했다는 뜻인데 국가 차원의 인프라 지원 격차가 결국 이런 결과를 낳은 게 아니고 무엇이겠나. 반도체 산업의 기본 중 기본인 용수·전력 공급 문제도 정부는 매번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한다. 기술직 근로여건도 우리처럼 규제로 묶어놓은 나라가 없다. 따지고 보면 반도체 5위는 이상한 게 아니다.
AI 분야 순위는 더 처참하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등에도 밀려 9위였다. 더욱이 1위 미국(90.9점), 2위 중국(58점)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점수(14.1점)였다. 데이터, 컴퓨터 성능, 알고리즘, 인적 자원 등 8개 지표 모두가 열악했다. AI모델 정확도는 아예 0점이다. 자체 AI모델이 없다고 본 미국 스탠퍼드대 'AI인덱스 2024' 평가를 근거로 한 탓도 있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점수가 상향될 여지가 별로 없다.
AI와 함께 '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꼽힌 바이오, 양자는 각각 10위권이다. 이들 분야는 반도체를 잇는 미래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은 지 이미 오래됐다. 정부가 기술주권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겠다며 선정한 국가전략기술 리스트에도 바이오, 양자가 들어 있다. 정부가 그렇게 육성 의지를 천명하고 지원책을 강구해도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돌아보라. 벨퍼센터는 우리의 만성화된 기술인재 부족을 지적했다. AI인재 지표는 2점대로 미국(19.1점), 중국(20점), 유럽(17.6점)과 상대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특단의 인재 확보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세계 기술전쟁은 미중 양강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이 기술 전 분야에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에 따라잡힐 날이 머잖았다는 미국 내부 분석이 잇따른다. 제약, 양자 기술은 이미 중국이 앞질렀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과 서방의 강력한 견제에도 중국의 기술우위가 확고한 것은 국가 차원의 장기플랜과 전폭적 지원 덕분이었다.
어느새 뒤처져 버린 우리 정부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경제강국을 천명한 이재명 정부가 획기적인 전략을 강구하고 실천에 나서기 바란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낙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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