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금융부
"잠재성장률이 연 2%인데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0.8%밖에 안 된다. 나머지 1.2% 성장여력을 살리기 위해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부터 과감한 재정 투입을 강조했다. 경기둔화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 개입은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21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한 배경이다.
그러나 근시안적인 성장률 회복보다 중요한 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살리기다. 2000년대 초 연평균 5% 내외였던 잠재성장률은 2040년경부터 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정 수준을 넘은 뒤에도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완만해지거나 멈추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경제발전 단계가 심화될수록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생산성 개선 노력을 등한시한 결과다. 무엇보다 국가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투자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면서 한국 경제는 제때 치료받을 타이밍을 놓쳤다. 반복되는 부동산 부양정책과 대출규제 완화, 그리고 각종 정책 금융 공급으로 당장의 경제성장률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적기를 놓친 것이다.
남은 건 부동산 불패 신화와 가계부채 누증이라는 청구서다. 부동산 대출 잔액은 2014년 이후 매년 100조원씩 증가하며 전체 민간신용의 절반 수준인 20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한 지난 정부의 불찰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부채는 207%를 넘어서며 버블기 일본의 최고 수준까지 근접했다.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벅찬 도전과제에 직면한 대통령. 미국 싱크탱크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직후 내놓은 평가다. 미국발(發) 관세 대응부터 내수진작까지. 산적한 국내외 과제에 단기부양책에 솔깃하기 쉬운 환경이다. 올해 6.1%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0.4%p나 끌어내린 것도 구조적인 대응보다 처방전을 부추긴다.
그러나 이제는 구조개혁을 통해 정부 자금을 신성장동력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에도 특별한 구조개혁 없이 부동산 자금 쏠림현상을 지속시킨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과거 진보정권의 학습효과에 대출 막차심리도 겹치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또다시 부동산 버블만 키운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허송세월의 시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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