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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경제책사' 유종일 "코로나 빚 조정, 캠코 대신 '신복위'가 맡아야"

'李 경제책사' 유종일 "코로나 빚 조정, 캠코 대신 '신복위'가 맡아야"
유종일 성장과 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4.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李 경제책사' 유종일 "코로나 빚 조정, 캠코 대신 '신복위'가 맡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박동해 기자 =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는 코로나19 대출 탕감·조정 정책과 관련 "핵심은 취약계층이 다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기를 돕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채무조정 정책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결과적으로는 추심이 반복되고 있다"며 "실질적 재기를 돕기 위해선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 명예교수는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의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서 상임 공동대표를 맡아 '핵심 경제책사'로 활동했다. 또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장기 연체자 채무 탕감을 목표로 설립한 '주빌리은행'(현 롤링주빌리)을 함께 출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캠코 채무조정, 결국 추심으로…'재기 지원' 못해

정부는 '채무조정'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캠코를 활용해 왔다. 캠코는 금융사의 부실채권을 매입·정리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실제 △2004년 노무현 정부의 '한마음금융'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신용회복기금'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을 포함해 △윤석열 정부의 '새출발기금' 운영도 캠코가 맡고 있다.

문제는 캠코를 통한 채무조정이 결국 '추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캠코는 금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채무자에게 분할 상환이나 이자 감면 등을 제시하며 상환을 유도한다. 하지만 끝내 상환하지 못하면 재산을 압류하거나 경매에 넘기는 등 강제 절차를 진행한다. 이런 추심 과정은 보통 신용정보회사에 맡겨 진행된다.

유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배드뱅크' 정책은 대부분 캠코를 중심으로 운영됐다"며 "처음에는 취지가 좋아 보여도, 결국은 채권 추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관의 건전성을 고려할 때 '회수율 확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캠코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81.73%에서 지난해 말 213.73%로 빠르게 상승했다. 올해 캠코가 세운 가계 부실채권 회수(추심) 목표액은 1조1830억 원으로, 전년도 회수 실적(7583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신복위 '재기 지원'에 특화…전국 각지 상담소도"

짚어봐야 할 점은 캠코의 '조정 후 추심' 절차가 과연 정책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정책 목적은 취약계층의 재기 지원이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채무자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유 명예교수의 지적이다. 유 명예교수는 "이제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중심의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복위는 이름 그대로 '신용회복'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캠코처럼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부실채권 매입은 하지 않는다. 채권은 은행에 그대로 남겨둔 채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조직 구조상 '추심' 압박에서 자유롭다.

신복위가 전국 각지에 '상담소'를 운영하는 것도 재기 지원에 강점이다. 유 명예교수가 설립한 주빌리은행의 유순덕 상임이사는 "신복위가 전국의 센터를 통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 채무 탕감이 필요한 분, 조정이 필요한 분을 선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 탕감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취업 연계 등 실질적인 재기 지원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다"면서 "캠코는 현실적으로 상담이 어렵고, 회수 실적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재기가 어려워지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재원은 정부 예산이 원칙…필요시 은행권 지원"

유 명예교수는 '재정 확보'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추경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필요에 따라 은행의 재원을 일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가로 기존 기금의 활용도 제안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와 캠코가 취약계층 채무조정을 위해 출범시킨 비영리법인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에는 현재 약 1000억 원 규모의 기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캠코나 신복위 같은 준정부기관이 아닌 '시민단체'를 통한 채무 조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최근 금융위가 시민단체 등 비영리법인의 채권매입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설립한 '주빌리은행' 같은 시민단체 모델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유 명예교수는 "시민단체가 채무 조정에 나서는 것은 결국 자본 여력의 한계가 있다"면서도 "(법 개정은) 시민단체도 채권자를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