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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빠른 시민 신고와 소방의 대응이 '신당동 봉제공장' 대형 참사 막았다

오전 9시35분 최초 신고 이후 11건 119 전화 쏟아져
60대 여성 직원 1명 숨져
방화 여부 수사 중

[단독]빠른 시민 신고와 소방의 대응이 '신당동 봉제공장' 대형 참사 막았다
지난 3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봉제공장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3일 서울 중구 신당동 봉제공장에서 발생한 방화 추정 불이 대규모 인명 피해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시민의 발 빠른 신고와 소방당국의 신속한 출동이 있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봉제공장은 먼지, 원단, 섬유, 포장재 등 인화성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신당동 화재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사람에게 불이 붙었다거나 불꽃이 보인다는 신고가 12건 접수됐다.

최초 신고 시각은 화재 발생 직후인 오전 9시35분이다. 신고자는 "옷 공장에 불이 났다. 사람한테 불이 붙었다"고 전화를 걸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신고자도 "난리도 아니다"라며 "창문도 깨지고 터지고 밖에서도 불이 다 보인다"고 알렸다.

인근을 지나치던 행인들은 화재 소식을 소방당국에 통보했다. 이들은 "내부에 사람이 두 분 계신다", "건물에서 근무하는 분들 같다", "터지는 소리가 계속 난다. 불꽃도 보인다"며 다급한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화재발생 6분 후인 오전 9시41분께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신고접수, 상황판단, 출동지시, 소방차 이동 등을 포함한 시간이다. 대응 1단계는 통상 10명 미만의 인명 피해와 3~8시간 이내 해결이 예상되는 경우 발령되며 인근 3~7개 소방서, 장비 31~50대가 동원된다.

소방당국의 대응 1단계 발령은 현장 지휘와 함께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실제 현장 도착은 이보다 빨랐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화재 골드타임으로 여겨지는 5~7분 이내다. 소방당국은 오전 10시4분께 큰 불을 잡았고, 오전 11시2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바꿔 말하면 시민 신고와 소방당국의 대처가 늦었을 경우 대규모 참사는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조치에도 봉제공장이 다양한 종류의 인화성물질을 취급하는 점, 작업 공간이 협소한 점, 원단이 쌓였을 경우 화재 연기와 열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는 점 등이 화재를 급속히 확산시켰고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화로 의심되기 때문에 불을 붙이는데 사용됐던 인화성물질이 초기 대응을 어렵게 했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실제 2012년 방글라데시 타즈린 패션 공장 화재의 경우 인화성물질에 불이 빠르게 옮겨 붙으면서 112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었다.

신당동 화재로도 60대 여성 직원 1명이 숨졌다. 또 봉제공장 사장인 60대 남성 1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밖에 3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6명이 구조되고 3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도 얼굴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이다. 임금 체납 문제를 둘러싸고 직원과 다투던 공장 사장이 홧김에 불을 질렀을 가능성을 염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지난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피의자가 의식불명 상태이기 때문에, 피의자가 의식을 회복한 다음에 조사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봉제공장 화재 119 신고 녹취록 주요 내용>

신고 접수 : 6월 3일 오전 9시 35분
119근무자 : 119입니다.
신고자 : 여기 OO인데요. 신당동이요.
119근무자 : 신당동이요?
신고자 : 여기 2층에 지금 옷 공장에 불났거든요. 빨리 좀 와주세요. 신당동 빨리요. 사람에 불이 붙었어요.
119근무자 : 가고 있어요. 사람이 불붙었다고요?
jyseo@fnnews.com 서지윤 최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