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소매가 작년보다 22% 상승
"라면에 계란까지 넣는 건 사치"
재료비 상승에 자영업자도 부담
식당들 김밥에 계란 양 줄이고
계란 프라이 서비스도 없애
지난 1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달걀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달걀 하나 1000원이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3번 출구를 지나 공원으로 이어지는 입구에는 미니선풍기, 돗자리, 라면을 파는 가판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한 곳에서 대학생 윤모씨(27)가 라면을 고르고 날달걀을 집는 순간 상인의 짧은 한마디가 그 손을 멈추게 했다.
조리도 되지 않은 날달걀 한 알에 1000원. 이 때문에 라면에 풀려면 5000원을 훌쩍 넘는 가격표가 한강에서는 흔해졌다. 연인과 라면을 나눠 먹은 윤씨는 "요즘 라면 가격도 오르고 달걀도 비싸다고 들었는데, 둘이서 라면 두 개에 달걀까지 추가하면 만원은 줘야 하니 부담스럽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강릉에서 온 A씨(40대) 가족의 라면에 달걀은 없었다. 세 가족이 모두 달걀을 추가하면 라면 하나 값과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강라면으로 가성비 좋게 낭만을 즐기는데, 달걀까지 넣는 건 사치"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진열대의 가격표도 치솟는 물가를 충분히 반영했다. 가장 저렴한 대란 한 판(30개)은 7990원, 프리미엄 무항생제 달걀(25개)은 1만4000원에 달했다. 주부 B씨(70대)는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소포장된 달걀을 집어 들었다. 그는 "올해 초부터 필요할 때만 조금씩 사는 게 버릇이 됐다"며 "달걀은 직접 골라야 해서 비싸도 결국 마트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걀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특란 10개 소매가는 3815원으로, 전년 대비 약 22% 상승했다. 대형마트에서는 30개 한 판이 만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흔했다. 산지 달걀 가격 또한 비슷한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6월 특란 10개의 산지가격을 1950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최대 18.5% 높은 수준이다. 7월 이후 가격 또한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격 급등은 자영업자에게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8)는 최근 김밥에 쓰는 달걀 양을 줄이고, 서비스로 제공하던 달걀 프라이는 아예 없앴다. 그는 "김밥이나 칼국수, 반찬 등 거의 모든 메뉴에 달걀이 들어간다. 손님 눈치에 가격은 못 올리고 재료비만 뛰니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달 가격안정 유도를 위해 달걀가공품 수입 확대와 무관세 할당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해당 대책은 제과업체 등 대형 식품 제조업체에 국한된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우리는 날달걀 바로 까서 쓰는데, 같은 자영업이지만 해당되지 않는다"며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달걀 가격 상승이 소비자 체감물가를 자극하고, 외식 감소 등 연쇄적인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달걀은 일상적인 외식 메뉴에 광범위하게 쓰인다"며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 외식을 꺼리게 되고, 이는 내수침체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격 상승에는 단순 수급문제 외에도 유통, 인건비, 포장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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