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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빈집, 방치? 철거?…이래도 저래도 '세금' 어쩌나[김규성의 택스토리]

시골 빈집, 방치? 철거?…이래도 저래도 '세금' 어쩌나[김규성의 택스토리]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급격한 고령화와 도시화가 불러 온 사회현상 중 하나가 인구감소지역의 빈집 증가다. 아무도 안 살지만 소유자는 있다. 고향집을 상속했지만 도시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어 빈집으로 두고 있는 중장년층 사연은 주변에서 흔하다. 문제는 세금이다. 빈집과 빈땅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활용하지 않는 자산에도 부과되는 세금은 소유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빈집, 철거해도 세(稅) 부담 되레 증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조사 결과, 전국의 빈집은 13만4009호다. 지난 5월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된 정부 집계 통계치다.

전국 빈집의 42.7%인 5만7223호는 인구감소지역에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구감소지역 빈집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같은 상황에서 빈집 처분을 놓고 고심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게 소유자들이다. 빈집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이를 철거하려고 해도 재산세가 부담이 된다. 비용을 들여 집을 철거하지만 세금은 오히려 늘어난다. 주택이 사라져도 부속토지는 나대지로 남기 때문이다. 나대지는 주택 부속토지보다 세율이 높다. 또 개별과세되는 주택 부속토지와 달리 소유자별로 '합산과세'된다.

예를 들면 빈집 과세표준이 1억원이면 빈집일 때 부과되는 재산세가 10만원인데, 빈집을 철거하면 재산세가 20만원으로 증가한다. 재산세(주택분) 일반 표준세율은 0.1%이지만 별도 합산과세대상 재산세(토지분) 세율은 0.2%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세법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한계는 있다. 개정된 시행령은 빈집 철거 후 나대지를 별도 합산과세 대상으로 보는 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다. 빈집 철거 시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를 토지 기준이 아닌 철거 전 주택에 대한 재산세 수준으로 내도록 하는 기간을 5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빈집을 철거하지 않고 재산세(주택분)를 내는 게 철거 후 재산세(토지분)를 내는 것보다 부담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부동산세 측면에서도 나대지는 불리하다. 건축물이 있는 토지는 공시지가 80억원 이상 일 때만 종부세 과세대상이 되지만 나대지는 5억원 이상이면 종부세가 부과된다.

빈집, 새로운 자산으로 활용 '본격화'

빈집 문제가 가져 올 경제·사회적 파장에 대한 우려는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농촌 지역 뿐만 아니라 대도시도 빈집 확산이 확인돼서다. 젊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많이 이주하는 부산은 주요 특별·광역시 중 빈집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집과 땅은 중요한 자산이지만 활용가치가 없으면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 농촌에 빈집을 갖고 있는 소유자는 정부 정책을 확인, 활용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우선 농식품부는 농촌의 방치된 빈집을 새로운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농촌빈집 거래 활성화(농촌빈집은행)'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농촌빈집은행'은 지자체가 수집한 빈집 정보가 수요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한방, 디스코, 네이버부동산 등 민간 부동산 플랫폼과 귀농귀촌종합지원 플랫폼 그린대로에 빈집을 매물로 등록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참여 지자체 모집, 지자체별 관리기관 및 지역 협력 공인중개사 선정을 추진해 왔다. 현재 18개 지자체, 4개 관리기관, 약 100여명 공인중개사가 선정돼 농촌 빈집은행 운영을 준비 중이다.

18개 지자체는 이천(경기), 충주·제천·옥천(충북), 예산·홍성(충남), 부안(전북), 강진·광양·담양·여수·영암·완도(전남), 예천(경북), 의령·거창·합천(경남), 제주 등이다.

빈집이 부동산 플랫폼 등에 등록되고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빈집 소유자의 거래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18개 참여 시·군 중 빈집 소유자 정보가 확보된 제주 등 10개 시·군에서 11일부터 빈집 소유자에게 '거래 동의 의사를 확인하는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그 외 8개 시·군도 올해 실태조사 등을 거쳐 빈집 소유자 정보를 확인한 뒤 순차적으로 문자를 발송할 계획이다. 소유자의 거래 의사가 확인되면 협력 공인중개사의 매물화 작업 이후 민간 부동산 플랫폼과 귀농귀촌종합지원 플랫폼 등에 표출된다.

이밖에 빈집 철거를 원활히 하는 세법 개정도 발의돼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광주 광산구을) 의원은 빈집 자진철거 시 재산세를 절반으로 감면하고, 해당 부속토지를 공공용으로 제공할 경우 재산세를 전액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빈집을 자진 철거하거나 철거명령을 이행한 경우, 해당 빈집의 부속토지에 대해 '2028년 12월 31일까지 재산세의 100분의 50을 감면하고, 해당 부속토지를 공용·공공용으로 제공하는 경우 재산세를 전액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