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씨 유튜브서 "국민추천제 역이용"…지지자들에 추천 독려
여권 의원 관계자도 단체 채팅방에 '추천' 링크 올린 뒤 사과
/사진=인사혁신처 국민추천제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추천제'와 관련해 진화된 형태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저 장난이나 비난의 목적으로 추천하던 걸 넘어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셀프 추천'에 나서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를 반대하는 보수 쪽 인사는 '국민추천제를 역이용하자'는 주장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추천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민추천제는 이재명 정부가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등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주요 공직 후보자를 오는 16일까지 일반인에게 추천받는 제도다. 직위별 또는 전문분야별 추천이 가능하고 타인은 물론 본인 추천도 할 수 있다.
尹 지지 배우의 '차관' 추천
/사진=유튜브 캡처
배우 차강석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의 국민추천제 역이용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차씨는 올 초 탄핵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메시지를 올리는가 하면 탄핵반대 집회 무대에 오르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날 차씨는 방송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같이 해 보자"며 국민추천제에 참여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차씨가 해 보자는 것은 자신을 이재명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추천하는 것이었다. 추천의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인사를 빨리 해야 하는데,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국민추천제를 진행 중인데, 사람들 추천을 받아야 하는 만큼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수준이 낮은 사람이 많이 뽑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이런 사람 왜 뽑았냐'는 비판이 나오면 이재명 정부는 '국민추천제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런 걸 역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처럼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고위 공무원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도 알렸다.
차씨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한다. 지금 보수가 너무 힘을 못 쓰고 있으니까"라며 "(이재명 정부는)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앉히려는 걸 우리가 모르고 있는 듯 하다. 그걸 막기 위해 역이용하자"고 주장했다.
자신이 문체부 차관에 걸맞는 인물이라는 점도 알렸다.
차씨는 "저는 학력, 경력 빠질 게 없다. (선발) 기준을 얘네(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잡을지 모르겠으나"라는 전제를 단 뒤 "여러분들이 저를 추천해 주셔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기껏해야 가족, 친구 포함 열명 정도 추천하겠지만, 지금 라이브방송을 보고 계시는 60명만 해 줘도"라고 말했다.
이후 "차강석 문화부 차관 만들기 시작"이라며 동참을 요청한 뒤 국민추천 페이지에 들어가 인증을 받고 추천서를 작성하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추천하는데 필요한 연락처, 이메일 주소를 공개한 건 물론 "학력위조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학위증명서도 공개했다.
현직 의원도 '셀프 추천' 조직적 동원
정치권에서도 '셀프 추천' 움직임이 포착됐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의 A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추천해달라'는 글과 국민추천제 링크를 10명에게 배포했다"는 내용을 모바일 단체대화방에 올렸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글을 올린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추천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지지자들 단체대화방에 올린 것은 사실이나, 의원님이 뒤늦게 이를 알고 질타해 추가로 올리지는 않았다"며 "의정활동을 홍보하려고 '과잉 충성'한 것이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현직이 아니더라도 정치계 입문을 위해 자신의 시민사회 이력 등 주요 경력을 소개하며 셀프 홍보에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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