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박 건조 능력... 해군 현대화 잠재적 함의 읽어야
-2023년 8월부터 해군력 확대, 현대화 중요성 일관 강조
-또 다른 최현급 구축함 건조 준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여
-'핵추진 전략 유도 미사일 잠수함' 건조 중... 과소평가 안돼
-강건함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 융합 플랫폼" 예리한 평가·대비 필요"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지난 12일 라진조선소에서 새로 건조한 해군 구축함을 '강건호'로 명명하고 진수기념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진수 중에 파손됐던 최현급 2번구축함을 22일 만에 복구, 진수기념식을 개최하면서 '강건'호 명명하고 "우리식 투쟁방식의 힘 있는 과시"라고 선전했다.
15일 군과 통일·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국가의 해상주권과 국익을 억척으로 담보하게 될 또 한척의 다목적 구축함의 진수는 당과 인민 특유 불요불굴의 의지와 완강한 실행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의미 깊은 사변인 동시에 우리식 투쟁방식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북한이 청진조선소에서 5000t급 구축함 진수 중 자초되자 책임자를 체포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한 사건은 최근 국제 사회의 주요 뉴스로 회자됐다. 하지만 북한은 단 15일 만에 배를 다시 세웠다. 이는 작업이 몇 주가 걸릴 것이라는 많은 분석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이후 북한은 6월 말 차기 당 전체회의까지 함정을 복구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이행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한 달 전 남포조선소에서 신형 구축함, 최현급 1번함을 진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건은 북한의 선박 건조 능력, 해군 역량 증강을 계속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북한의 해군 야망이 함축하는 잠재적 함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문과 우려를 제기한다.
김정은은 2023년 8월부터 해군력 확대와 현대화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 왔으며, 지난 3월 8일 북한식 전략핵잠수함(SSBN) '핵추진 전략 유도 미사일 잠수함' 건조 현장을 최초로 공개했다. 핵을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은 SSBN은 장시간 잠함이 가능해 ‘최종 핵병기’로 불린다.
북한은 이미 또 다른 최현급 구축함 건조를 청진와 남포조선소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첫 번째 구축함 '최현호' 취역식에서 "우리는 물론 내년에 이 급의 전함을 건조할 것이다. 매년 다중 임무 구축함을 건조하는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해군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북한은 우선순위, 자원, 시간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인상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거듭 보여주었다며 북한 해군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받고 있다면 이는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최현급 구축함의 정확한 성능 평가를 떠나서 북한이 1년 남짓한 기간에 이런 등급의 함정을 두 척이나 건조할 수 있었다는 것은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통찰을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이 최현급 2번함 진수식 과정에서 진수 실패 문책성 인사와 당장 복구하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 이유는 "단지 신형함정 획득을 넘어 해양안보, 핵안보, 해외확장이라는 다목적 기제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신형구축함은 북방한계선(NLL) 무실화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함정이다. 과거 북한 함정은 사통장비가 없어 NLL 무실화를 시도하는 연평해전 등 일련의 해전에서 패배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그런데 사통장비, 최신 미사일 등이 탑재된 함정을 전력화함으로써 NLL 무실화 시도 및 해상을 통한 제2전선 형성에서 차별화된 작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또 ‘해군의 핵무장화’를 지시했는데 이는 신형구축함에 전술핵무기를 탑재하겠다는 의미로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 핵균형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고 반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신형구축함은 해외 연합훈련과 해외파병의 임무도 가능한 함정이다. 이러한 목적성은 최현함 진수식에서 김정은이 “원양작전함대” 보유를 언급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더 면밀한 관측과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이 같은 함정의 기능적 요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대만점령 완성 목표 시점인 2027년 이전에 대만 유사시 중국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며 이는 북한에게 대중국 레버리지를 높이고 러시아와 유사한 전략거래도 가능한 능력을 보유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반 교수는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융합하는 플랫폼으로서 총력전 수준으로 강건호을 진수한 상황에 대한 예리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단지 신규 전력획득 차원을 넘어서 안보, 외교, 전략 차원에서 그 의도를 간파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추진 잠수함 등 함선·함정 건조 사업 실태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3월 8일 보도했다. 미 38노스는 핵잠수함 완공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중앙TV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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