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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女 사망, 생리통인 줄 알았는데…무슨 병이길래 [헬스톡]

21세女 사망, 생리통인 줄 알았는데…무슨 병이길래 [헬스톡]
극심한 생리통과 부정출혈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반복된 오진 끝에 희귀암을 발견하고 결국 젊은 나이에 사망한 여성의 사연이 공유됐다.[사진=SNS]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생리통과 부정출혈을 겪던 젊은 여성이 의사들의 반복된 오진 끝에 뒤늦게 희귀암을 발견했지만, 결국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에식스 주 혼처치에 살던 이소벨 앨런(사망 당시 21세)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쇼핑을 즐기고, 채용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맡아 일상을 이어가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10대였던 2022년 11월부터 시작된 생리통과 부정출혈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의료진은 자궁 근종이라며 가벼운 진통제만 처방했다.

이소벨의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복부를 넘어 허리와 다리로 이어졌고 약물로도 조절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 사라 앨런은 "딸이 새벽 3시에 목욕을 하며 고통을 견디는 걸 보며 이건 절대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토로했다.

병원을 몇 차례 더 방문했지만 진단은 여전히 '양성 종양' 수준에 그쳤다. MRI 검사도 암 환자 우선이라는 이유로 6개월 대기를 안내받았다. 가족은 결국 500파운드(약 87만 원)를 들여 다른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충격적인 MRI 결과 '악성 연부조직암'

2023년 4월 병원의 MRI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자궁 근종'이라던 종양은 악성 연부조직암인 육종(Sarcoma)이었다. 이미 폐, 엉덩이뼈, 신장으로 전이돼 있었다. 이소벨은 곧바로 런던대병원(UCLH)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5월 18일 "치료 불가능한 말기암" 판정을 내렸다.

2024년 말 의료진은 가족에게 말기 완화 치료를 권유했다. 2025년 3월 폐에서 다시 발견된 종양으로 입원 후 퇴원한 이소벨은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 가족과 함께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4월 2일 오전 2시 50분경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육종은 근육, 지방, 혈관, 신경 등 연부조직에 발생하는 희귀암이다. 소아와 젊은 성인에게도 발병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진단까지 평균 7주 이상이 소요되며 오진률 또한 높다.

이소벨의 경우 통증 발생부터 암 진단까지 6개월이 걸렸다. 진단 당시 이미 다발성 전이 상태였다. 어머니 사라는 "딸이 NHS(영국 보건의료 서비스) 광고를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기 진단이 생명을 살린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 위해 사비를 들여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20대 여성 환자에서 생리통이나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

육종은 전체 암 중 1% 미만으로 매우 드물지만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에게도 발병률이 높은 특징을 지닌다. 특히 어린이와 20대 여성 환자에서 생리통이나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되기 쉬워 조기 진단이 어렵다.

육종은 100종 이상의 아형으로 나뉘며 증상도 다양하다. 통증 없는 혹이나 지속되는 국소 통증, 붓기,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이 주요 증상이지만 대부분 비특이적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600~7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다수는 오진 또는 진단 지연을 겪고 있다.

치료는 수술적 절제를 중심으로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가 병행된다.
일부 유형에서는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진단 시 전이 여부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며 전체적인 10년 생존율은 약 45%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2주 이상 사라지지 않는 혹이나 설명되지 않는 통증이 지속될 경우 희귀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