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파이낸셜뉴스]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베스트셀러(1992)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마지막 장면. 7일 프란체스카 역 차지연이 평생 감춰온 사랑을 그리워하며 엔딩곡을 부르자 객석의 한 중년 여성이 가슴을 움켜쥔 채 탄식을 내뱉었다. 극에 완전히 몰입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자니, 사랑에 대한 갈망은 시대불문, 세대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동명영화로 친숙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스타 중심 뮤지컬계에서 남녀 주인공에 조정은·차지연(프란체스카 역), 박은태·최재림(로버트 킨케이트 역)이 출연하니 주말 저녁 객석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로 북적였다.
7년 만에 귀환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의 한적한 시골에 터전을 내린 이탈리아 출신 감성적인 여성 프란체스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어느새 자신은 지워진 채,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고 있던 ‘프란체스카’와 동네 로즈먼 다리를 촬영하기 위해 찾아온 유명잡지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3박4일간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다.
이날 공연에서 박은태는 로버트의 내면에 자리한 외로움과 진심을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섬세한 가창,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며 ‘맞춤옷 배역’임을 증명했다. 그가 담백하게 부르는 “결국에 나에게 남은 건 사흘간 내 품에 안겼던 당신뿐”이라는 노래 가사는 객석의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파워풀한 가창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장기였던 차지연은 기존 이미지와 다른 여성적이면서도 씩씩한 면모의 프란체스카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작품에 대한 반응은 이 남녀의 사랑에 얼마나 몰입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온라인에는 작품에 푹 빠진 관객들이 공연의 여운에 젖어 호평 위주로 댓글을 남겼다. 한 관객은 온라인에 “너무 울고 나왔다”며 “아직도 매미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부터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의 편지를 읽는 장면까지 이렇게 눈물이 줄줄 나는 극 인줄 알았으면 손수건 챙겨갈걸 그랬다”는 감상평을 내놨다.
“인생에서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것”이라며 함께 떠나자던 로버트의 노래 가사를 적어놓은 관객도 눈에 띄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의 일부, 나의 일부 아니 나의 전부, 너를 놓칠 수 없어. 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이끄는 강한 빛, 우릴 가둘 것은 없어, 너와 나 함께라면. 태어나 처음으로 나의 모든 걸 걸겠어. 이젠 나를 봐 프란체스카, 떠나자”라고 썼다.
“너무 여운 남고 가슴 먹먹하다”며 “단순히 쾌락적인 사랑이 아니라 잊고 있던 나 자신을 생각나게 해주는 사람에게 안 흔들릴 수 있을까. 커튼콜 때 주연 배우 두 분이 끌어안는데 본 공연보다 더 슬펐다”는 글도 보인다.
커튼콜에서 두 배우가 서로 껴안은 모습은 인상적인 순간으로, 눈물을 자아내는 엔딩과 연결돼 특별한 감흥을 안긴다.
원작 뮤지컬은 토니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 해외 주요 시상식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서정적인 음악이 작품의 짙은 여운을 극대화한다는 평을 얻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기타, 퍼커션 등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에 이례적으로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돼 풍성한 선율로 감수성을 자극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공연 이후 세 번째 시즌이다. 7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