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6월 15일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X 대표이사가 태국 방콕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가 태국 가상은행(Virtual Bank) 인가를 획득했다. 국내 금융사가 1990년 말 외환위기 당시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철수한 이후 25년 만에 공고한 빗장을 풀고 재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약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태국에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면서 K금융 세계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아울러 카카오뱅크 가상은행 인가를 마중물로 국내 금융권의 태국 진출 길이 다시 열릴지 주목된다.
19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태국 재무부는 카카오뱅크와 태국 금융지주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상은행 출범을 위한 준비 법인은 올해 3·4분기 중 설립되며, 약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2026년 하반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인가 획득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계 은행이 태국에서 철수한 이후 첫 쾌거로, 국내 금융권에서는 상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국내 금융사 가운데 동남아의 선진 금융시장으로 꼽히는 태국시장에는 한국산업은행, 삼성생명, 다올투자증권, KB카드 4개사만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이 도입하는 '가상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하다.
태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까지 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뒤 약 9개월간 심사과정을 거쳐 카카오뱅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포함해 3개 컨소시엄에 인가를 최종 부여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디지털 뱅크 구축 경험과 높은 기술력, 현지화 역량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3년 6월 SCBX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태국시장 진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Siam Commercial Bank)을 포함해 금융·비금융 계열사 20여곳을 둔 태국의 대표 금융지주사다.
카카오뱅크는 상품·서비스 기획과 모바일 앱 등 IT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며, 가상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태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K금융 세계화에 앞장설 방침이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 '그랩'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분 투자를 단행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는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3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이자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계 은행과 기업의 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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