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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현대차 노사 협상에 달렸다

현대차 노사 올해 임단협 요구안 1,2순위에 포함
23년 전 '주 5일 근무제' 기폭제 된 현대차 노사 협상
사회 의제까지 포함되면서 전국 관심사 돼
제조업 대표 도시 울산의 노동시장 변화가 배경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현대차 노사 협상에 달렸다
지난 18일 2025년 임단협 상견례를 통해 마주 앉은 현대자동차 노사.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 외에도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정년 연장까지 포함한 요구안을 전달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 2003년 8월 주 5일 근무제 도입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현대차 노조가 이번에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정년 연장'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등 국내 노동시장의 여건 변화를 반영한 사회 의제인 만큼 전 국민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18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인상 규모와 정년 연장 등을 다룰 임금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교섭 방향과 일정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금속노조 지침)과 전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담은 요구안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요구안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주 4.5일 근무제의 도입과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이다.

주 4.5일제 근무제는 노동자 복지와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지난 2003년 8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도입이 공식화된 주 5일 근무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번에도 임금은 줄이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이 잡힌 노동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현대차 노조는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 지난 2003년 당시 장기간 파업을 벌이는 등 노동계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 임단협은 23년 전을 재현할 수도 있다.

이번 주 4.5일제 요구안은 국내 제조업 대표 도시인 울산의 여건 변화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최근 동남지방통계청 울산출장소가 발표한 '최근 10년간(2015~2924년) 울산시 제조업 임금근로자 변화'에 따르면 2024년 말 제조업 종사자는 17만 2000명으로 10년 동안 3만 1000명이나 감소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가 지난 10년간 크게 줄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동자의 나이다. 통계청 분석 결과 40살 미만이 2만 9000명으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60살 미만도 1만 2000명 줄어든 반면 60살 이상은 오히려 9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노동자들은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20~40대 젊은 층은 '망치 두드리는 일자리'(제조업)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주 4일 근무제까지 아니더라도 일과 삶의 균형,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MZ 세대들에게 주 5일제는 제조업종 취업을 꺼리는 또 하나의 걸림돌인 셈이다.

이는 결국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64세까지 정년 연장을 요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 노조원 뿐만 아니라 은퇴 후 재취업에 나서는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국민연금 수급 시기 전까지 부족한 젊은 층을 대신해 일을 더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3년 전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특정 종교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주 4.5일 근무제와 정년 연장 협상이 이번에도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이 될 수 있다. 또 협상 과정과 결과는 제조업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과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사가 이제 막 상견례를 가졌을 뿐이지만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