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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의 혁신탐구] 1인 자영업자 회생 대책이 절실하다

전체 자영업자의 74.8%
순소득 月 227만원 그쳐
폐업후 생계방안 지원을

[임채운의 혁신탐구] 1인 자영업자 회생 대책이 절실하다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며 경제적 약자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회생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올 9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영세 자영업자 대출의 원리금 유예분 50조원의 일부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 소비를 촉진하여 지역의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고자 전 국민 대상으로 15만~5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새 정부가 민생안정과 경기회복에 투입하기 위해 추경으로 편성한 예산은 20조2000억원 규모이다.

코로나19 이후 내수침체로 절멸의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채무부담을 완화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전 국민 대상으로 지원금을 풀어 내수를 진작하는 조치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만으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자생력이 부족한 자영업자는 언제나 경영난에 시달렸고, 빚을 내 적자를 메우며 연명했다. 누적된 부채규모가 확대되면 정부가 나서서 채무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조치가 주기적으로 이행되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애로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악화되어 갔다.

우리나라 소상공인 문제의 핵심은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가 과도하게 많다는 것에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3만2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565만8000명)의 74.8%를 차지한다. 이런 1인 자영업자가 소상공인 범주에 포함되며 소상공인 정책이 개인 사업자의 복지 위주로 치우친다.

자영업자는 고용 형태에 따라 분류하는 명칭으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고용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상시근로자가 한명도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자라기보다 근로자에 가깝다.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종사하며 모든 일을 혼자 다 해야 한다. 상당수의 1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올리니 임금근로자보다 더 열악한 한계 근로자에 속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의 사업순소득은 월평균 227만6000원으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소득(541만9000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특히 임금근로자로 일하다 자영업으로 전환한 5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의 48.8%는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벌고 있다.

1인 자영업자 대부분은 진입장벽이 낮고 소자본 창업이 용이한 음식점·숙박업과 유통·서비스업에 편중되어 과밀과당 경쟁을 유발한다. 한 상권에서 치킨집이나 카페가 잘되면 우후죽순처럼 유사한 점포가 잇달아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인다. 배달플랫폼이나 온라인 이커머스에서도 자영업자 간의 출혈경쟁이 서로의 피를 말린다.

과열경쟁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생존율은 매우 낮다. 평균 10개가 창업하면 7~8개가 폐업한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2022년 기준)에 의하면 소상공인 과밀업종인 음식점·숙박업의 1년 생존율은 67.2%이나 5년 생존율은 25.8%로 급락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초 폐업 소상공인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폐업 사유로 86.7%가 '매출 부진, 수익성 악화'를 꼽았다. 폐업 소상공인의 이전 직업은 '직장 근무'가 52.3%로 가장 높았고 폐업한 사업체를 창업한 이유로는 '생계유지를 위하여'가 65.4%로 나타났다. 폐업 소상공인의 이전 '창업 횟수'는 2.4회이고, '폐업 횟수'는 1.8회로 파악됐다. 결국 폐업 소상공인의 절반은 직장을 퇴직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했지만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폐업하고 다시 생계를 위해 재창업하는 것으로 유추된다.
퇴직자가 생계를 위해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어 '창업-폐업-재창업'하는 회전문 창업의 악순환을 근절하지 않는 한 소상공인 대책은 헛수고에 그칠 뿐이다.

폐업 소상공인의 부채액은 평균 1억원가량인데 이를 탕감만 해준다고 끝나지 않는다. 폐업 이후 심각한 어려움으로 '가계 생계비 부족'과 '향후 경제활동 대안 부재'를 호소하는데 자영업 이외의 생계유지 방안을 찾도록 지원해 주어야 자영업자 모두가 살아날 수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