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정치부 부장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 관련 부처에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처벌 대책방안 마련을 적극 지시하면서 직전 정부와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 '벌통'을 들쑤셔서 국민안전에 위협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은 직전 정부와 크게 달라진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이 불만이다. 납북자가족단체는 이 대통령에게 식사대접을 요구하면서 피해가족을 위로하기 전까지는 살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북전단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죄수복을 입고 감옥에 갇힌 이미지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헌법상으로는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 영토에 포함된다. 반면 북한은 윤석열 정부 기간에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자 남북은 '두 개의 국가'로 분리되었음을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남한과 소통을 단절했다.
보수단체들은 또한 대북전단의 정당성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찾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지난 2023년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 법적 근거는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대북전단에 대한 원천 중단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판단을 했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의견, 2명이 합헌 의견을 보였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 조문의 한쪽만 보면 대북전단이 남북 긴장을 고조시켜 공공복리를 해칠 수 있는 만큼, 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헌재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전단 살포 자체를 형사처벌까지 하며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신고제나 경찰권 행사 등으로도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형벌로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헌재가 대북전단 전면금지를 못하게 한 결정이 아니라 형벌을 줄이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는 헌재의 결정 뒤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다. 각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사실상 방관해왔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부 장관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뉴라이트 대북정책은 인권개선 등 원칙적 접근을 강조하지만 남북관계 경색, 북한 체제 변화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인도적 지원 축소, 국내 이념대립 심화 등 여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대북전단 발송은 계속됐다. 대북전단에 맞대응해 북한은 각종 미사일과 오물풍선을 쏘아 올리면서 우리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
현재로선 보수단체들의 자제를 기대하거나 새로운 법령을 입법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개정안이 추진 중이지만, 보수단체들이 재차 위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적절한 선에서 타협이 필요한 셈이다. 새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남북 대화의 장까지 끌어내는 신박한 대북정책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논외로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보자. 국내 보수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기간에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시진핑 아웃'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만약 중국의 서해공정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철권통치를 비난하는 전단을 우리 보수단체가 베이징 상공에 살포한다면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rainman@fnnews.com 김경수 정치부 부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