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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바다 위의 헌신, 대한민국 숨은 동력

[차관 칼럼] 바다 위의 헌신, 대한민국 숨은 동력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

헌신(獻身)이란 한자어는 '몸을 바친다'는 뜻이다. 단 한 겹의 철판에 의지한 채 풍랑과 싸우며 불빛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서 항해하는 선원의 삶은 헌신 그 자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의 일상을 멈추었을 때도 선원들은 바다 위에 머물며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했고, 글로벌 공급망을 굳건히 지켜냈다. 이들의 헌신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국가경제를 지탱하고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애국적 소임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식탁을 책임지는 수산식품, 공장과 운송망을 움직이는 에너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우수한 우리 제품의 99%가 바닷길을 통해 운송된다. 해상 물류는 대한민국 경제의 생명줄이고, 그 최전선에는 선원이 있다.

1960년대 수출주도 산업화 전략 이후 선원들의 땀과 노력은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무역강국으로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황천항해(荒天航海)의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세계 각지의 항로를 개척해 온 선원들의 발자취는 곧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선원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이자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빛나는 우리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선원의 존재를 체감하기 어려운 탓에 많은 국민이 그들의 역할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최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사태, 팬데믹 등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직면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실감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으며, 대형 해운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이합집산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선원은 물류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 인력으로서 그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선원을 '핵심 근로자'로 지정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높아진 역할에 걸맞게 선원의 사회적 위상과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이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선원이 일하고 싶은 근로환경을 조성하고 우수한 해기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먼저, 선원의 꿈인 선장과 기관장이 될 수 있는 경로를 단축했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해 3급 면허를 취득한 선원이 선장이나 기관장이 되기 위한 1급 면허를 따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4~9년에서 2~6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또 선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쾌적한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작년 12월 '선내 안전·보건 및 사고예방 기준'을 마련,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원들이 선내에서 더 안전하게 작업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아울러 해기사 교육 인프라 강화를 위해 올해 건조가 완료되는 3000t급 차세대 어업실습선을 수산계 고등학교 실습에 내년부터 투입할 예정이며, 국제 트렌드에 부합하도록 친환경 엔진을 탑재한 6000t급 상선 실습선 건조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도 정부는 선원 복지를 증진하고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전자 선원 민원 서비스체계 구축, 선원 권익 향상을 위한 선원법 개정, 선내 초고속인터넷망 설치 지원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6월 20일은 '선원의 날'이다. 해양수산부는 선원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그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매년 6월 셋째주 금요일을 '선원의 날'로 지정했으며, 올해로 두 돌을 맞는다. 선원의 날이 선원들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선원이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항상 깊이 새기며, 열정적이고 유능한 인재들이 선원이 되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수한 청년들이 만족감과 자부심을 갖고 바다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경력관리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국민께서도 우리 선원의 헌신을 되새기고 이들의 멋진 항해를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