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호글런드 비아 라이센싱(Via Licensing) 대표가 24일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제15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무선 충전 기술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제품 내 코일과 관련된 기술 규격 문서만 1000페이지가 넘는다. 코일의 크기뿐 아니라 사용되는 재료, 주파수, 통신 프로토콜까지 합치면 수백 개의 특허가 얽혀있다. 이처럼 복잡한 특허를 가진 기업들을 한곳으로 모아 로열티를 정하고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특허풀'의 역할이다. 특허 사용자들은 특허를 가진 수백 개의 기업과 개별 접촉해 라이선스를 받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비아 라이센싱(Via Licensing)을 이끌고 있는 히스 호글런드 대표는 24일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제15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특허 풀의 필요성과 더불어 명품 특허를 활용한 기업 밸류업 전략을 소개했다.
"특허풀, 지속 가능한 성장 도와"
비아 라이센싱은 2023년 5월 MPEG LA와 합병한 세계 최대 특허풀 관리 회사다. 현재 비아 라이센싱이 관리하는 특허는 약 2만5000건으로, 130개국 100여 개의 특허권자와 전 세계 약 1만 개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비아 라이센싱 특허풀에 가입해 특허권자이자 사용자로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호글런드 대표는 특허풀의 장점으로 지속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특허풀을 만들면 '고정 요율'이 마련되기 때문에 특허 보유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난다. 특히 풀에 특허 개수가 많다면, 더 많은 특허 보유 기업들이 참여한다"라며 "여기서 특허풀의 장점은 특허가 만료되면 특허 수는 줄어들지만, 로열티 요율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허 보유 기업 입장에서 초기 수익이 적지만,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수익은 증가하며 일반적으로 프로그램 말기에 로열티 수익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특허 만료로 특허 수가 줄어들어도 로열티 요율에 따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허풀의 쉬운 이해를 위해 AAC 코덱을 예로 들었다. AAC 코덱 특허풀은 비아 라이센싱이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MPEG는 2000년대 초, 향상된 오디오 코덱 표준화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MP3가 가장 널리 쓰였지만 AAC의 음질이 더 우수하고 압축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글런드 대표는 "초기에는 돌비, 필립스, AT&T, 소니 등이 참여한 공동 라이언스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라며 "라이선스가 확대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구조가 필요했고, 그것이 VIA라는 회사의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초기 AAC 관련 특허들은 만료가 됐지만, 이후에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라며 "이로 인해 후속 기술들이 추가 비용 없이 특허풀에 포함되면서 프로그램이 유지돼, 현재 14개 특허 보유 기업으로부터 받은 80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해당 특허풀을 사용하는 기업은 1000개에 달한다.
中 특허 세계 1위... 美 제재도 제외
호글런드 대표는 아시아를 떠오르고 있는 신시장으로 지목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통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미국 기업들이 IP 시장의 핵심이지만, 중국이 그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라며 "특히 미국이 관세를 앞세워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라이선스와 같은 지식재산 비즈니스는 무역 분쟁에서 제외돼 기업에게 부담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아 라이센싱은 매년 2회 풀 미팅을 여는데, 가장 최근에 중국에서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기업들은 단순히 IP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혁신을 추구하며 수익화로 연결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요율 설정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세계 특허 시장 흐름을 진단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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